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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이례적 법원장 인사’ 부실 답변…갈등 불씨 남겨
법원장 임기 2년인데 민중기 판사 3년 재직
법원행정처, “인력 수급 사정 고려” 원론적 답변
일선 판사들 대법원장 인사 문제 이례적 거론
안건 채택 없었지만 ‘인사권 남용 방지’ 평가
민중기 외에 김미리·윤종섭 판사도 근무연한 넘겨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민중기 전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등 대법원장의 불공정한 인사권 행사를 두고 일선 판사들이 답변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치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원장 재임 기간이 문제로 거론된 사례는 2018~2021년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2019~2022년 재직한 김문석 전 사법연수원장, 박종택 전 수원가정법원장 등이다. 법원장 임기는 2년이다.

법원행정처는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질의에서 지적된 인사는 일반 원칙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해 연도의 인력 수급사정과 개별 법관의 인사희망 등을 고려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법원장 임기를 넘긴 게 위법은 아니고, 이전에도 상황에 따라 법원장으로 2년을 넘겨 재직하거나, 반대로 2년을 넘긴 경우도 더러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규모의 법원으로 주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민 전 원장을 3년간 법원장으로 재직하도록 한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인사에 관한 사항이므로, 개별 인사의 구체적인 사유에 관한 설명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 바란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공식 답변이다. 법원조직법상 인사권자는 대법원장이므로, 이 답변은 김 대법원장의 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는 인사 불공정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하거나, 김 대법원장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입장을 채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이 공개적으로 대법원장의 인사 문제를 거론하고, 답변을 받았다는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결국은 인사가 문제였는데, 김명수 대법원장 와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고 평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통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점이 문제가 돼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 내부에선 법관 대표회의가 원론적인 답변을 받는 데 그쳤지만, 향후 인사권 남용을 제어할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원장급 인사는 “그동안 불만이 쌓이다 공론화된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판사들은 판사의 개별적인 인사 사유를 밝히는 자체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법원행정처의 답변을 부실하다고 비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 불공정 문제가 거론되면서 김 대법원장의 법원 내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 24일까지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을 비롯해 내년 7월 조재연 대법관과 박정화 대법관의 후임도 지명한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운영진이나 사법농단 진상조사위 활동 이력이 있는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법원 내부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이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와 사법농단 재판을 심리했던 윤종섭 부장판사를 각각 4년, 6년 동안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해 재판 개입 논란도 일었다.

민 전 원장 재직 시절 서울중앙지법은 김 부장판사 재판부에 사건 배당을 중단하면서 업무를 줄여줬지만, 조 전 장관 사건이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아직 1심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민 전 원장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배제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사건 심문기일을 3일 앞둔 시점에서 형사 합의부 재판장들을 불러모아 윤 전 총장의 판사 동향 파악 문건을 비판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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