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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에 연연 않겠다”…수사권 박탈 추진에 ‘배수진’
검사장 회의서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
고검장 회의 후 일선 불만 감안한 듯 사퇴 언급
민주당 12일 의총서 당론 결정 여부 분수령
법조계·법학계도 수사권 박탈 비판 이어져
“경찰에서 모두 끝…피해자 입장서 큰 차이”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리는 11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출근차량으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던 김 총장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을 보고 차를 돌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하게 답한 후 현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퇴 불사’ 의사를 밝혔다. 일선 검사장들도 전체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집단 반발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 움직임에 검찰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이후 김 총장이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김 총장이 거취 문제와 결부하며 책임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은 일선 검사들의 불만을 감안한 ‘강수’로 풀이된다.

8일 열린 고검장 회의 후 일선의 불만은 더욱 폭발했다. 이날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도 민주당은 물론 검찰 수뇌부를 향한 질타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일선 지검장은 이날 회의 참석 전 “고검장 회의 결과에 일선의 불만이 많다”며 “국민들 불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론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의 수사권 박탈 법안에 대한 당론을 정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실제 법안을 추진하면 검찰의 반발은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입법이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검찰이 실효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검찰 내에선 민주당의 입법이 현실화될 경우 검찰 수뇌부가 집단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수사권 박탈 추진을 두고선 지난해 본격적으로 법안 추진이 거론됐을 때부터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형사사건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 사이 ‘사건 핑퐁’ 등으로 인한 수사 장기화, 사건 처리 약화로 인한 형사 피해자 방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권 박탈 추진은 정치적 목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수사권 박탈이 이뤄지면 6대범죄 외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검찰에서의 절차가 사라지니 모든 게 경찰 단계에서 끝난다”며 “형사 피해자 입장에서 검사가 한 번 더 검토하는 것과 굳이 경찰에서 종결하도록 하는 것은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법 추진은 일반 형사사건에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검찰의 6대범죄 수사권을 없애기 위해 전체적인 수사권 박탈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프레임 같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본질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라며 “진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한 것인지, 의미 없는 것인지 장관으로서 여러분들에게 호소드리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고검장 회의 내용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불만은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을 두고 논의가 집중돼야 할 시점에 본질을 흐리는 부분이 담겼다는 데서 나왔다. 8일 회의 후 고검장들이 밝힌 논의 내용에는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했음’이 포함됐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을 공소청으로 만들고,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옮기자’는 말을 듣고 새로운 검찰개혁 방안 마련의 계기로 삼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그 분들이 누구시냐면 본인들께서 직접 수년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현재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라고 비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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