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들렸다가 경유 가격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휘발유 가격을 육박하는 가격이 눈을 의심하게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경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밀 가격 등도 가파르게 상승세를 이어간다. 또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경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및 오미크론 확산 등에 따른 시장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및 인수위에서 관련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단연 ‘규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지난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손볼 부동산정책으로 대출규제 완화 및 임대차3 법 개정을 뽑았다는 점에서 LTV 규제 개편은 최우선 부동산정책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는 규제영향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방해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창의와 혁신을 유도한다는 규제혁파 및 기업환경 개선정책을 강조했다. 또 플랫폼의 다양성 및 역동성을 고려해 섣부른 규제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히며 세 가지 플랫폼경제 공약을 제시했는데 세 가지 공약의 공통적인 지향점은 자율 규제로 대변된다.

이처럼 당선인을 포함해 역대 정부는 정권 초기에 규제 개혁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두고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이유는 규제 개혁이 공정한 경쟁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담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서다. 보이지 않는 손을 기반으로 시장의 자유를 중시한 초기 자본주의, 이후 부의 집중, 노동 문제 등의 시장 실패를 정부의 개입을 통해 보완하자고 하는 케인지언 중심의 후기(수정) 자본주의, 후기 자본주의의 과도한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한 정부 실패에 대한 반발로 시카고 학파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이렇게 자본주의는 내재적 모순을 보완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자본주의의 시장 기능을 저해한다는 입장에는 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시장 실패로 인해 규제가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에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규제 개혁’이라 부를 수 있다.

규제는 양면성을 띤 생물체의 성격을 지닌다. 사회적 편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변질되거나 양산돼(규제의 톱니바퀴 효과) 규제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비용을 제거하기 위해 역대 모든 정부는 언제나 규제 개혁을 외쳐왔지만 규제는 지속되고, 심지어 양산되기도 했다. 이는 규제로 인해 혜택을 보는 기득권자가 생기게 되고 이들이 향유하는 경제적 지대를 공고히 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을 갖는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단기적·대증적 처방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역대 정부는 규제 개혁을 위해 규제영향분석제, 규제총량제도, 규제일몰제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도 많은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가 일시적이고 실적지향적 단기성과주의에 그친 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원칙을 설정하고 시스템을 통한 접근만이 규제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길이다.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그림자 규제는 철폐되거나 법령상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등록 사항을 인가처럼 운영하는 행위 지양 등 운용상 투명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역대 정부는 침체된 경제 활성화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요한 어젠다로 규제 개혁을 강조했다. 적극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투명성이 확보돼 기업 및 민생의 가치가 제고되어 시장동력 활성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