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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 국방개혁에 주는 교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주째를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하고 친러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단기간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시도됐다.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의 많은 전문가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러시아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지금은 교전과 평화협상을 반복하며 장기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전쟁은 걸프전 이후 수차례 있었던 현대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외교·정보·군사·경제(DIME), 정규전·비정규전, 재래식·첨단무기체계전, 사이버전, 소셜미디어전, 여론전 등이 융·복합된 하이브리드전으로 수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도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의 일사불란한 항전 의지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유류, 탄약, 식량이 바닥나 전차와 기동장비는 전장에 유기되거나 고립됐으며 그나마 기동하는 전차들은 대전차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수호이(SU)-35S 등 최첨단 전투기는 공중 우세를 확보하지 못했고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되기도 했다. GPS 항법위성 글로나스 해킹으로 정밀유도무기가 무용지물이 됐으며, 피아식별장비와 생존장비가 부족해 공지합동작전을 실시하지 못했다. 비행 중인 헬기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에 격추되기도 했다. 세계 2위 러시아군의 위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전에서 승리한 후 전쟁 중 드러난 지휘 체계 문제점, 무기 체계 노후화, 전투원 훈련 부족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군구조 개선, 무기 체계 첨단화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또다시 심각한 문제점이 노정됐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논자는 군사교리(military doctrine)에서 답을 찾았다. 즉 러시아는 군사교리 혁신 없이 군을 현대화한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군사교리를 적용하면서 상호운용성과 융통성을 제고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쟁이 한국의 안보와 국방개혁에 주는 함의를 식별할 수 있다.

첫째, 현존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억제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 핵심은 한·미 동맹이며 연합훈련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신장해야 한다. 동시에 유사시 적의 전략적 중심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전력과 3축 체계(3K)·사이버·우주 정보감시정찰(ISR) 전력 등을 구비해야 한다.

둘째, 국방개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방개혁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미완으로 끝났다. 국방정책과 개혁입법을 통해 국방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전투원들에게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는 군사교리와 군사 전략을 동시에 혁신해야 한다.

셋째, 러시아군을 반면교사로 실전적 훈련을 강화하고 현존 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강한 훈련을 통해 사기충천한 군을 만들고 전시 필수 요소인 무기 체계, 장비, 탄약, 유류, 전투식량 등을 전수조사해 노후화율을 줄이고 주요 장비에 대한 자체 생존성을 확보하면서 미래전에 적합한 하이급·미들급·로우급(H·M·L) 전력을 조화롭게 확충해야 한다.

안재봉 연세대 ASTI 부원장·예비역 공군 준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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