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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 배지 떼고, 휠체어 타고 지하철 출근한 민주당 의원들…왜? [종합]
최혜영 의원 제안으로 이뤄진 '휠체어 출근 챌린지'
지하철·저상버스 등 이용해 여의도 국회까지 출근
박홍근·진성준·고민정·오영환·전용기 등 대거 참여
"단 하루 몰고 두 팔 욱신"-"안해봤으면 후회했을 것"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의원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회 출근하는 ‘휠체어 출근 챌린지’에 대거 참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벌인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연일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직접 장애인 당사자가 돼보는 체험을 통해 진정성 있는 장애인 권리보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민주당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와 진성준·고민정·오영환·전용기·이수진(비례) 의원 등 원내대표단과 김태년·유정주·이용빈·신현영·김주영·최강욱·이동주·천준호 의원 등이 이날 ‘휠체어 챌린지’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척수장애인인 같은 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에서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그간 SNS 위주로 전장연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대표와 달리 민주당은 현장에서 소통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접근해보겠다는 취지다.

척수장애를 갖고 있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최혜영 의원 페이스북]

참여 의원들은 각자 대여한 휠체어를 타고 각각 자신의 지역구(자택)에서 지하철과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의도 국회로 출근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배지 달지 않기’와 ‘휠체어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기’ 규칙을 지켜줄 것도 당부받았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는 건 하루라도 권력을 내려놓은 채 휠체어를 탄 장애 당사자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하는 건 실제 휠체어 체험을 하다가 많은 분들이 불편함에 도중에 일어나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휠체어 탄 사람들도 일어설 수가 있구나’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홍근 의원실]

이날 서울 중랑구 봉화산역에서 지하철과 저상버스를 이용해 국회 출근을 한 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회의에서 “한 시간 반 가량 이동하면서 느낀 불편이 매우 컸다. 작은 턱에 휘청이고 얕은 경사에도 온몸이 긴장됐다”며 “지하철을 타는 내내 그리고 버스를 갈아타면서 휠체어를 탄 제게 쏟아지는 시선이 의식돼 눈을 자꾸 아래로만 내렸다. 일상이 되더라도 무뎌지지 않을 고통이고, 누구도 적응할 수 없는 불편 그 자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권리 보장과 예산 요구하는 단체의 지하철 시위는 멈췄지만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해 여야는 물론 인수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를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홍근 의원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SNS에서 "오늘의 경험으로 막연한 배리어프리가 아니라 보다 꼼꼼하고 세심한 배리어프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전장연이 요청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애인 지원법안인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썼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진성준 의원실]

전장연 시위 관련 이준석 대표와 연일 대립각을 세워온 고민정 의원도 SNS를 통해 “겨우 딱 하루 휠체어를 몰았는데도 두 팔이 욱신거린다”며 “승강장 사이에 바퀴가 끼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 좌석이 있는 곳이 아닌 문앞에 덩그라니 있어야 하는 어색함,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장애인의 이동권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까지 안착되지 않으면 그들의 투쟁 또한 멈추지 않을 것임을 느낀다”며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인식개선까지 안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고민정 의원실]

경기 의정부 지역구의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리프트를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나 경사로 구간의 경우는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휠체어가 출근시간대에 차량 내에서 면적도 크게 차지하고 차량 승하차 시 오래 걸리는 것도 부담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오영환 의원실]

전용기 의원은 "'안 해봤으면 후회했겠다'하는 심정"이라며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가, 휠체어는 만리길마냥 길고 멀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서도,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미안한 감정에 움츠러든다"며 "그제서야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불편하고 미안한 사람들’로 내몰지 않았나 반성이 들었다.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일상의 편리함은 누군가의 희생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말"이라고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전용기 의원실]

경기 김포에서 1시간 40분 걸려 출근을 했다는 김주영 의원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지하철 승강장 사이의 작은 틈새는 마치 절벽같이 느껴졌다"며 "휠체어의 앞바퀴가 끼어 시민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출근 시간 최대 혼잡을 피해 골드라인을 탑승했음에도 수많은 이용객 틈새에서 제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현영 의원도 "짧은 시간 휠체어 이용으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불편하고 불안하고, 비틀거리고 부딪혔다"며 "장애와 비장애, 구분짓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같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신현영 의원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전장연과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며 전장연을 비판하는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최강욱 의원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용빈 의원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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