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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오싹한 ‘핵전술’…최악 시나리오 걱정할 판[글로벌 플러스]
우크라發 빨라진 ‘운명의날 시계’
크렘린·안보회의 부의장 등 “러 위협땐 사용 권리 ” 강조
러 5977개 핵탄두 보유…美·나토 합계보다 많아
전문가들 “푸틴, 전황 바꿀 ‘조커 카드’ 사용 가능성”
핵탑재 가능 극초음속·순항·탄도 미사일 전진배치
美, 핵사용 대비 시작…나토 직접개입 단초 역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최근 수복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소속 병사들이 러시아군 탱크 잔해로 가득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AP]
‘핵대포’로 불리는 ‘2S7M 말카’ 자주포의 모습. [위키백과]
‘SS-N-30 칼리버’ 순항미사일의 모습. [CSIS]
이동식 탄도미사일 ‘9K720 이스칸데르’의 모습. [위키백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름(크림)반도 합병 8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EPA]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의 수뇌부에서 연일 나오고 있는 초강경 발언들은 전 세계인들의 걱정을 나날이 깊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주일 새 2번이나 “러시아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고, 러시아 대통령·총리를 역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핵재앙’과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란 말을 수차례 입 밖으로 꺼냈다.

사실상 이 같은 핵전쟁의 암운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조처를 서방이 하고 있다”며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면서부터다. 푸틴 대통령의 한마디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말 일본에 2개의 핵폭탄이 떨어졌던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가 실제 전쟁에서 사용되는 모습이 현실화될 위기의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설마 진짜 전쟁을 하겠어?’란 대다수 사람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보기 좋게 깨버렸던 푸틴 대통령이었던 만큼, 전 세계는 지금 ‘핵전쟁’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2배…‘세계 1위’ 핵탄두 보유국 러시아의 위협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이 전 세계 어떤 국가의 위협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바로 핵무기 보유량이 ‘세계 1위’란 존재감 때문이다. 미국과학자연맹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5977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다. 이는 2위인 미국(5428개)에 비해 500개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극한의 군사적 대치 상태를 보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갖고 있는 핵탄두 수를 모두 더한 것(5943개, 미국 5428개·프랑스 290개·영국 225개)보다도 많은 수치다.

러시아의 핵전력이 더 위협적인 이유는 언제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무기들에 대한 개발·훈련인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고,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배치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무기가 바로 현재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지난달 14일 러시아는 최대 속도가 음속의 9배(마하 9·시속 약 1만1000㎞)에 이르는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M2 ‘킨잘’을 실전에 처음 사용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미러는 “서방을 향한 오싹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파괴력을 지닌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SS-N-30 칼리버’ 순항미사일, 이동식 탄도미사일 ‘9K720 이스칸데르’, ‘핵대포’로 불리는 ‘2S7M 말카’ 자주포 등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전 배치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은 물론 나토와의 ‘핵전쟁’을 대비하는 것이란 게 영국 BBC 방송의 해석이다.

‘합리적 행위자’인가…궁지 몰릴수록 위험해지는 푸틴

러시아의 핵위협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1962년 쿠바 핵위기’에 비해 현재의 전면적 핵전쟁 위험성이 더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연방(소련)이 직접 충돌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양측이 직접적 충돌을 피하려 노력 중이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되려 현재의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방과 전면전이 불가피한 대규모 전략 핵무기 대신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이자 국제관계 관련 전문 작가인 마이클 돕스는 “1962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합리적 행위자’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합리적 행위자’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블라디슬라브 주보크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과거 소련 지도자들에 비해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란 점이 핵무기를 쓰고 싶도록 유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래식 전력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핵무기”라며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승부를 바꿀 ‘조커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냉전 시기 강대국 간의 핵전쟁을 방지했던 ‘상호확증파괴(MAD·핵전쟁 시 승자 없이 모두가 공멸)’ 논리가 되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 사용을 결심토록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우려해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 역시 회의적이다. 미 NBC 방송이 지난달 18~22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국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방 세계의 ‘우크라發 레드라인’될 러 핵무기 사용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서방에는 ‘레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도의 ‘타이거 팀(Tiger Team)’을 구성하고 핵무기 등 러시아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나토가 ‘영토의 1인치’라도 넘을 경우 총병력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 공언해왔지만,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겨냥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소형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나토가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설명이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다른 관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개입에 소극적이지만 개입을 촉발할 문턱이 나타난다면 기존 입장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화학, 방사능 구름 등 러시아의 공격 이후 주변국이 입을 부수적 피해를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다. 이를 공격으로 여긴다면 30개 회원국의 집단적 군사 행동이 가능하다. 미 의회 군사위원장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핵무기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주변 나토 국가로 유입되면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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