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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기능 이관 논의 ‘기울어진 운동장’… “국가 백년대계 차원서 봐야”
전현직 외교부 출신 7명 VS 산업부 출신 4명
대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부단장 모두 외교부 출신
윤 당선인 강조 ‘경제안보’, 통상조직 이관으로 변질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통상 기능 이관여부를 놓고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두 부처간의 대립각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 선거캠프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외교부 전현직 관료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대통령선거이전부터 통상조직의 외교부 이관을 이슈화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공급망 차질에 대한 대응마련에 분주한 시점에 윤 당선인의 대선공약으로 강조했던 ‘경제안보’가 통상 조직 개편 논의로 잘못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논의가 출신 부처간 세 대결 또는 조직 이기주의 차원에서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인수위에는 권영세 부위원장(전 주중대사), 김성한 외교안보 간사(전 외교통상부 차관), 김일범 외신공보 보좌역(전 북미2과장),외교안보 전문위원 오영주(외교안보연구소장)·이문희(북핵외교기획단장)·김홍균(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전현직 외교부 관료 7명이 포진돼 있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최근 꾸린 대미정책협의대표단에는 외교부 관료 출신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외시 11회)·조태용 의원(전 외교부 차관)이 각각 단장과 부단장에 임명됐다.

여기에 외교부 현직 관료들도 근무시간에 ‘경제안보’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명시적으로 통상 기능을 외교부가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한달여밖에 남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관료들은 윤진식 특별고문(전 산업부 장관), 이창양 경제2분과 간사(전 산업정책과장·현 카이스트 교수), 경제2분과 실무의원 주영준(산업정책실장)·실무위원 강감찬(전력산업과장) 등 4명이 인수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곡물 등 주요 원자재 공급망 차질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관련부처인 산업부 현직 2명만 인수위에 참여한 것이다.

경제안보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비롯한 공급망, 핵심 기술 보호, 수출통제, 외국인직접투자 등 광범위한 통상·경제·외교·안보·지정학적 고려와 연계돼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이슈인만큼 특정 부처의 관할 여부에만 매몰될 사안이 아니다는 점에서 통상조직 이관 논의자체가 낭비적인 논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그 어느 나라에서도 ‘경제안보’ 때문에 ‘통상’을 ‘외교’ 쪽에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이 이를 잘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눈앞의 산적한 통상 현안을 두고 관계부처에서 협업을 통해 국익 극대화를 추구해야하는 위기상황에서 부처들간 세 대결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난 9년간 논의를 거듭해 왔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이달안으로 정부 입장을 결정하고 국회에 보고한 후 가입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 상무부와 미무역대표부(USTR)가 공동의장으로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경우, 산업부 통상교섭본부가 적극 추진해 온 것으로 양국 통상 수장간 그간 6차례에 걸쳐 밀도 있는 협의를 거쳐왔고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CPTPP 가입과 IPEP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특히 IPEF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 경제협력 아젠더 중 가장 중요한 의제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통상 조직 논의에 함몰될 경우, 메가급 통상 아젠더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윤 당선인의 새 정부 밑그림에 통상 기능이 경제가 아닌 외교에 치중하게 되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통상 정책이 국익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장사치 논리로 접근하지 못하게 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갖게 되면 사드(THAAD) 배치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등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외교·안보·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는 구조에서 협상을 이뤄진다는 점에서 통상정책의 실수요자인 업계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협상하기 보다는 국내 업계의 통상경제 이익이 외교안보논리에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다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우리경제에 티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7월 일본이 단행한 대(對)한국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와 기업에 강제동원 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로 외교안보쪽의 문제가 발단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자국 떨어져 있는 통상·산업·재정 등 경제부처들이 공동 대응해 소부장 정책을 만들어냈고, 이에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를 2년 새 31.4%에서 24.9%로 6.5%포인트 나 낮췄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3대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극자외선(EUV) 레지스트) 중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체 소재인 UTG(Ultra Thin Glass) 채택을 통해 대일 수입이 사실상 ‘0’으로 전환되는 성과도 올렸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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