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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조직, 산업부에 그냥 두면 안되나요”…외교부 이관시 가족과 생이별
산업부 통상교섭실 서기관급이하 직원 97%가량 세종 거주
FTA 체결, 외교부 15년간 10건·산업부 10년간 14건
산업부, WTO 분쟁 6전6승…외교부 줄줄이 패소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권을 외교부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자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통상교섭실 서기관급 이하 직원 10명 중 9명 이상이 세종 거주로 통상교섭권이 외교부로 이관될 경우, 가족과 생이별을 하거나 거주비가 2배이상 비싼 서울로 이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전문인력들이 다른 세종부처나 산업부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업무로 옮기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외교부가 정권교체마다 통상조직을 산업부로부터 되찾아오려고 온갖 공세를 펼치면서 전문인력들이 조직의 불안감 해소를 비롯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탈(脫)통상 러시가 이뤄지는 셈이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 통상교섭실 근무중인 서기관급 이하 직원 39명 중에서 1명을 제외한 38명이 세종에 거주하고 있다. 또 국과장급 직원 10명 중 7명도 세종에서 터를 잡은 상태다.

2013년 통상 업무가 산업부로 이관된 이후 통상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실무진들은 대부분 세종시에 정착한 것이다. 만약 통상 조직이 외교부로 이관될 경우, 이들은 매일 서울 광화문 청사와 세종시를 출퇴근하거나 세종시의 터전을 떠나 서울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광화문 청사와 세종시를 출퇴근하는 방법은 직원들의 피로감과 경제적 부담을 수반한다. 매일 왕복 4시간 이상을 거리에서 소비해야한다. 여기에 교통비만 한달에 7~80만원씩, 거의 숙박비와 맞먹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직원들의 신체적 스트레스가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을 떠나 서울로 거처를 옮기는 것도 비싼 서울의 집값때문에 쉽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11억500만원(2월기준)으로 세종 6억8000원의 2배가량 비싸다.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도 서울은 6억3000만원으로 세종 2억9000억원보다 2배이상 높다.

세종청사 입주 한 부처 사무관과 결혼 A 여사무관은 “현재는 남편과 매일 오후 서로의 업무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조금 더 여유있는 쪽이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번갈아가며 아들을 돌보고 있는데 통상조직이 외교부로 이관될 경우,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세종 출퇴근을 하거나 주말부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할 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여 B사무관은 “세종에서 근무중인 남편과 초등학교를 재학중인 자녀가 있다”면서 “만일 통상 업무가 외교부로 이관된다면 가족들을 두고 혼자 서울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교섭실 대부분 직원은 이미 세종에서 가족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 이관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하는 위기에 직면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C 서기관은 “현 정부 출범당시에도 외교부가 통상조직을 가져가기 위해 온갖 공세를 하면서 노심초사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조직을 흔들고 있다”면서 “외교부가 통상조직을 가지고 있을 때 통상직들을 푸대접해놓고 왜 이렇게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통상전문관료가 되고 싶어 공직에 입문했는데 5년마다 조직을 흔들다보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너지나 산업정책쪽으로 옮긴 선후배들이 부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상조직은 1948년 정부 출범 이래 줄곧 외교부가 주도해왔으나 김영삼 정부가 이듬해인 1994년 통상산업부를 출범한 이후 줄곧 산업-외교부를 오갔다. 4년 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외교통상부를 만들어 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15년 이어졌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를 출범하며 9년째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의가 촉발됐다. 외교부가 통상 기능 이관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가졌던 15년동안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총 10건(발효 8건)인 반면 산업부는 10년간 총 14건(발효 10건)을 타결시켰다. 또 산업부로 통상조직이 이관된 후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등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6전6승을 거둔 반면,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가지고 있던 당시 줄줄이 패소했다. 대표적인 패소 사례가 1999년 대(對)미·유럽연합(EU) 위스키 분쟁을 비롯해 대미 쇠고기(2000년), 대EU 선박(2005년) 등 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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