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전 중인 한국인 남성들.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참전 중인 한국인 청년 2명이 현지 상황에 대해 “비극 그 자체”라며 “한국인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입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이들은 최근 KBS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매체는 이들이 제공한 사진의 GPS 위치값을 토대로 인터뷰 당시 두 청년이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있었다고 28일 전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다는 청년들은 의용군 지원 이유에 대해 “일반 시민들과 어린 아이들이 죽고 다치는 걸 그냥 마냥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 의용군 규모와 관련해 “어떤 장교는 40명이라고 했었고, 또 의용군 모집관한테 따로 얘기해봤는데 ‘20명 정도 된다’란 얘기도 들었다”며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한국인 의용군이 많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또 지난 13일 러시아군이 쏜 30발의 미사일에 폴란드 인근 야보리우 훈련소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자신들도 당시 그 장소에 있었다면서 “파편으로 팔 쪽 부근을 맞았는데 같은 소대 친구인 폴란드 친구가 업어주면서 ‘정신 차려라’ 하면서 살려줬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보고 느꼈다는 이들은 “히어로 판타지물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팔·다리 날아가고 살점 다 태워지고, 정말 비극 그 자체”라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참혹하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로 안 오셨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청년들은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한국인 의용군을 향한 일각의 비난에 대해서는 “진심인 만큼 과도한 비난은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아버지 걱정 끼쳐서 죄송하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겠다”라며 한국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

이들은 ‘신속히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라’는 취재진 권유에 “전쟁이 끝나면 귀국하겠다”며 거절했다.

한편 지난 27일에도 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전 중이라는 한국인이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왔으며, 사리사욕과 인기를 얻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처벌을 받아도 상관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8일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한국인은 9명으로, 이 중 3명이 한국으로 귀국했고 남은 6명 중 2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