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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우크라 ‘칠흑같은’ 포연…ESG 투자전선 이상없나 [증권 플러스]
글로벌 ESG경영 시험대에…
니켈 런던선물 한달간 32.7% 급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줄줄이 뜀박질
‘친환경 에너지 정책’ 영향 불가피
방산주 ESG 편입 놓고도 의견 갈려
애플 2030년 ‘탄소중립’ 달성 선언
“길게 보면 ESG로 다시 돌아올 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주목받았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부터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 각국과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던 ESG가 자리잡기도 전에 이번 전쟁으로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쟁으로 달라진 ESG 기류, ‘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로=ESG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다. 기후 및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사회의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고, 동시에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춰야 하는 ‘ESG 경영’의 흐름은 최근 기업 및 금융기관 투자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원자재 값이 요동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선물 가격은 침공이 발생한 지난달 24일 이후 한 달 동안 32.73% 급등했으며 지난 8일에는 장중 톤당 10만달러를 돌파해 일주일 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코발트 선물도 한 달 새 12.22% 올랐고, 리튬 선물은 32.35% 뛰었다.

문제는 이들 금속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라는 점이다. 공급 부족 우려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친환경 에너지 정책 전환에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ESG 측면에서 감축 대상인 원유와 천연가스 시장에서 각각 12.6%, 16.6%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ESG 물결에서 뒤처지면서 압박을 받았던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 삼아 전쟁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SG를 선도하는 유럽연합(EU)이 원유 수입의 27%, 천연가스 수입의 41%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고, 이번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인 대목이다.

ESG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EU가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초안에서 원자력발전(원전)을 녹색산업으로 분류한 것을 두고 EU 국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방산주는 ESG의 적? 새로운 기회?=EU 일각에서 최근 방위산업 투자를 ESG에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ESG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최대 은행 SEB는 오는 4월부터 다시 방위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겠다고 공표한 지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방위산업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산업으로 인식됐었다. 프랑스 방산업체인 탈레스는 2016년 이후 프랑스 이외 유럽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이 50% 이상 감소했고, 독일의 방산기업인 라인메탈은 올해 1월부터 대형 은행으로부터 거래를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자 방산주를 투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결국 선진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ESG 시장을 이끌고,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방산주들도 최근 강세를 보였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해외 방산주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방위산업 섹터에는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국방 예산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로 인해 견고한 실적 대비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들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면서 한국 방위산업 주식들의 부담도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게 보면 결국 ESG로 다시 돌아올 것”= ESG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ESG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블룸버그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 자산 규모는 2014년 18조 달러에서 2020년 35조 달러로 6년 새 약 2배로 성장했으며 올해 41조 달러, 2025년 50조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1년 1조290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8년 1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도 2021년 87조원으로 급증했다.

ESG 투자는 펀드, 채권을 넘어 파생상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부터 ESG 지수를 기반으로 한 선물 및 옵션, ESG 관련 신용파생상품(CDS)까지 등장했다.

ESG가 투자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의 직간접적인 탄소 배출량(Scope 1, 2)뿐만 아니라 전 공급망에 걸친 배출량(Scope 3)을 비롯한 광범위한 기후변화 위험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규정은 기업이 발표하는 기후관련 위험 정보의 일관성, 품질,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고, 투자자가 이러한 위험과 기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펀더멘털 평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문제 제기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ESG 움직임도 이미 산업 산태계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었다. 제조 공급망과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75%를 직접 감축하고 나머지 25%는 2억 달러 규모의 복원 기금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해 목표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애플의 목표에 발맞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애플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급망 업체가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애플이라는 초거대기업의 친환경 정책이 공급망 형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후방 업체들도 이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ESG도 신경써야 하는 연쇄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투자자들도 ESG를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서라핌 하버드 교수와 애런 윤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난달 CFA협회 저널을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다양한 ESG 뉴스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조사했다.

서라핌 교수는 이를 위해 3109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ESG등급을 기반으로 한 예측모델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긍정적이고 더 많이 보도되는 ESG 이슈에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상하지 못했던 ESG뉴스에 시장이 반응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우영·김현경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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