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유럽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권좌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밝힌 걸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지만, 러시아 내 정권교체를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설 전 부터 중요한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미 언론이 예고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설문엔 없던 문장이었다”=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권좌’ 발언은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엔 없던 애드리브(즉흥발언)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을 듣고 미 관료들도 놀랐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인접국이나 그 지역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나 정권 교체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고 진화했다.

미 관료들은 러시아 정책엔 변화가 없다며, 이번 연설에서 문제가 된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의 명료하지 않은 수사학의 한 예라고 해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시민들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

▶“전쟁 연장할 위험 있다”=그러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당장 러시아부터 발끈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것은 바이든 씨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오직 러시아 연방 국민의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회장은 이날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러시아 내 정권교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 “이는 푸틴이 그동안 믿어온 바를 확인하는 걸로 볼 것이다. 전쟁의 범위와 기간을 연장할 위험이 있다”면서 “푸틴이 싸움을 끝까지 끌고 갈 경향을 늘려, 타협을 거부하거나 확대하거나 둘 다 거부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처리하는 방식을 지지해왔다. 우리의 이익은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고 러시아의 확대를 억제하는 것”이라며 “오늘의 정권교체 요구는 이런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연설…기억될 것”=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도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푸틴이 권좌에 머물 수 없다’고 말한 바이든의 더 큰 요점은 러시아와 같은 잔혹한 독재에 맞서기 위해선 민주적인 서방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마이클 맥폴은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고, “그는 우크라이나의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싸움에서 모든 자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정의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로이터]

그는 아울러 러시아 측이 이번 전쟁의 초점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많은 돈바스 지역의 통제라고 밝힌 것과 관련, “푸틴은 사실상 이 전쟁 이전에 이미 돈바스의 주요 지역을 통제했다”며 “따라서 전쟁의 목표가 돈바스의 통제라면 중요한 패배다. 그의 전쟁은 새로운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선임고문을 역임한 데이비드 액슬로드 시카고대 정치연구소 소장은 “대통령의 연설은 많이 이뤄지고, 잊혀진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바르샤바 연설은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