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96세 보리스 로만첸코가 생전 강제수용소복을 입고 보여주는 모습. 러시아군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로만첸코가 사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아파트에 포격을 가했다. [news.com.au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나치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우크라이나인 남성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추모재단은 이날 트위터에 96세의 보리스 로만첸코의 부고를 알렸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거주하고 있던 로만첸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부헨발트, 페네문데, 도라, 베르겐-벨센 수용소를 거쳐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재단 대변인은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로만첸코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공격했다”며 “아파트가 전소한 뒤 로만첸코의 죽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로만첸코의 손녀 율리아 로만첸코는 21일 CNN에 “러시아군이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SNS로 알았다”며 “지역 주민에게 할아버지 집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그들은 불에 타고 있는 아파트 건물 영상을 보내줬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나 손녀 율리아는 통행금지시간 이후라 할아버지 집에 갈 수 없었다.

그는 통행금지시간이 풀린 뒤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아파트가 완전히 불타 없어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1926년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수미 외곽지역에서 태어난 로만첸코는 1941년 독일 나치 정권이 소련에 맞서 바르바로사 작전을 개시한 뒤 전쟁포로로 잡혀갔다.

그는 1942년 독일 도르트문트로 추방돼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했으며,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붙잡혀 1943년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로 이송됐다.

로만첸코는 1945년 자신과 다른 생존자들이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기 직전 영국과 미국 연합군의 도움으로 살았다.

종전 후 그는 소련군으로 입대해 5년간 복무했다. 이후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전하기 위해 사회활동을 시작했고, 최근까지 부헨발트도라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지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로만첸코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한 뒤로 하르키우에서는 약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