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세상읽기] 청와대는 죄가 없다

또 청와대 이전 문제가 이슈다. 이번이라고 특별한 것도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나온 얘기다. 근 30년도 넘은 해묵은 주제다. 그런데도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원회까지 만들어 2년여를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안과 경호를 비롯해 국빈 접대, 헬기장 문제까지 차고 넘친다. 안 했다고 심한 타박도 없다. 비난이야 하겠지만 시위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정치인들은 더 할 말이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약 내걸었다가 못하긴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괜스레 나랏돈 쓰지 않아도 되니 효율성 하나로 “아니면 말고”가 참 손쉽다. 여론조사로 결정할 일도 아니다. 해봐야 대선결과처럼 찬반이 엇비슷할 게다.

이번엔 좀 다르다. 김은혜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은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5월 10일 취임 준비 때 새 집무실에서 국민에게 인사드릴 것”이라고도 했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확고하다. 아파트 옮기는 것도 아니고 그게 두 달 만에 가능할까 싶지만 의지 하나만은 남다르다는 걸 인정해줄 만하다.

사실 청와대 이전 문제는 ‘왜 옮기려 하느냐’를 따져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풍수지리 때문이란 건 제쳐두자. 윤 당선인과 그 주변이 풍수를 믿든 안 믿든 속내야 별개 문제다. 하지만 안 그래도 무속에 발목 잡힌 마당에 풍수를 내세울 리 만무하다.

결국 남는 건 상징성이다. 역시나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밖으로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었다. 그러니 하면 그만이다. 알맞은 자리야 찾으면 되고 걸림돌은 치우면 될 일이다. 그건 참모들이 할 일이다. 경호실 고위직을 지낸 이는 말한다. “지옥에서도 경호하는 게 우리 임무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다. 적어도 경호가 걸림돌은 아니다.”

최근 용산 국방부 청사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하벙커와 헬기장이 이미 존재하고 신·구 청사의 공간도 충분해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난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방부를 계룡대로 옮겨 지휘부를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모양이다. 물론 벌써 반론이 한 무더기다. 대통령의 출퇴근으로 “시민이 교통불편을 겪게 된다”에서 “왜 공약은 광화문 시대인데 실행은 용산 시대냐”까지 끊임없다. 끝날 일도 아니다. 개발제한에 묶였던 청와대 주변 부동산은 들썩거릴 게 분명하다. 늘어나는 관광객, 등산객들로 주민들이 눈살 찌푸릴 일도 많아진다. 용산은 고도 제한이라도 나올까 벌써 부글부글이다. 어디로 옮기든 나올 얘기들이다. 하지만 좋은 공원 하나 생기고 한강부터 남대문, 광화문, 북악산,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정축이 온전히 국민에게 개방된다. 충분히 해볼 만한 셈법이다.

중요한 건 소통 의지의 실행이다. 공간까지 바꾸고 제왕적 행태를 계속하면 어물쩍 주워담았을 때보다 더 거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구속력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이러나 저러나 청와대는 죄가 없다. 늘 쓰는 사람들이 문제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