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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일본 새 연금제도의 시사점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일본의 사회보장제도가 잇따라 개편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입된 ‘고연령자 고용 안정법’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은 기존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정년 연장에 이어 올 4월 1일부터 연금제도가 확 바뀐다.

일본이 연금제도를 손질하는 기본 배경은 ‘인구 문제’ 때문이다. 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13년째 감소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3,617만명으로, 사상 최대다. 전체 인구의 28.7%다. 고령 취업자 수는 16년 연속 증가해 892만명(2020년 기준)에 달한다.

2020년 5월 ‘연금제도 개정법’이 통과됐고, 다음달 1일 새 연금제도가 시행에 들어간다. 새 개편안을 이해하려면 3층 구조로 짜인 일본식 연금제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 1층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노령 기초연금)’, 2층은 직업에 따라 추가로 부과되는 ‘후생연금’이다. 1, 2층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로 운용하는 공적 연금이다. 이에 비해 3층은 기업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기업 연금’으로, 사적 연금으로 불린다.

오는 4월부터 달라지는 일본의 새 연금제도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적용 범위 확대다. 지금까지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같은 단기간 노동자 중 후생연금보험과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대상 기업은 ‘종업원 501명 이상’이었다. 올 10월부터는 ‘101명 이상’, 2024년 10월부터는 ‘51명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둘째, 연금 수급시기의 선택지를 넓혔다. 현행 제도에서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원칙적으로 65세이지만 60~70세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새 연금법에 따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연령이 70세에서 75세로 높아졌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5세를 ‘100’으로 상정할 경우 60세부터 받으면 ‘70’, 75세부터 받으면 ‘180’ 정도다.

일반인들은 조기에 연금을 수령하는 것과 늦춰서 받는 것 중 어떤 게 유리한지에 관심이 많다. 민간 연구소들은 손익분기점을 88세로 본다. 그 나이 이상 산다면 늦춰 받을수록 이익이다. 결국, 연금 수령시기를 늦출수록 많이 받는 구조로 연금제도가 개편됐다. 연금 수령시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편법’이라고 일부 고령자가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이번 연금법 개정은 고령화와 직업 다양화 추세에 맞춰 사람들이 더 쉽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기본 취지라고 정부 측은 설명한다. 하지만 정년 연장에 이은 연금제도 개편을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대다수 직장인의 월급은 늘어나지 않았다. 퇴직금은 최근 20년 새 평균 2500만엔에서 1700만엔 선으로, 30% 이상 줄었다(대졸·35년 근무자 기준). 반면 퇴직 후 노후는 계속 길어져 소득 감소로 ‘노후 빈곤층’으로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9일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여야 모두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연금개혁 논의를 5년간 미뤘다. 일본의 연금제도 개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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