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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블화 환전 사실상 중단…정부, 결제 애로 해소방안 강구

5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인근 임시 난민수용시설 앞에서 한 우크라이나 소녀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러시아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시중 은행들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환전을 사실상 중단했고, 그 밖의 러시아 관련 거래도 기피하고 있어 상대 은행이 제재 대상인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교역하는 우리 수출입기업과 유학생 등 현지 교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기업과 러시아 현지 교민, 유학생 등의 대(對)러 결제 애로 해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러 제재 차원에서 거래 중단을 발표한 러시아 은행은 스베르방크(Sberbank), VEB,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TB방크, 방크 오트크리티예(Otkritie), 소브콤(Sovcom)방크, 노비콤(Novikom)방크 등 7개 은행과 이들의 자회사다.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과 유예 기간을 준용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오는 12일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 은행 가운데 스베르방크를 제외하고 방크로시야를 추가한 7개 은행을 결제망에서 배제할 예정이다.

국내 거주자로서는 러시아의 주요 8개 은행과 거래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러시아에는 약 400개의 금융기관이 있고 미국계 씨티은행, 이탈리아계 유니크레딧, 프랑스계 로스방크 등 외국계 은행도 상당수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들 금융기관을 통해 제재 대상을 우회하면서 러시아로 돈을 송금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도 제재 대상이 아닌 은행을 통한 거래 지속 방안을 기업과 개인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추가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 우선 시중 은행들은 서방의 금융 제재가 이뤄진 지난달 말부터 루블화 환전을 사실상 중단했다. 제재 항목에 환전을 제약하는 내용은 없지만,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 개인이 유학생 자녀 등을 위해 러시아 내 비(非) 제재 은행 등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길은 열려있다.

다만 국내 거래 은행과 제휴를 맺은 국제 송금 네트워크 업체가 러시아로의 송금 서비스를 중단했다면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 와이즈(Wise)와 레미틀리(Remitly) 등은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 내 송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웨스턴유니온과 제휴를 맺은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는 현재 가능하지만 현지에서 달러 수취가 어려울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에너지 등 상품을 수입하는 기업은 수출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융 거래 여건이 나은 편이다. 수입대금을 받아야 하는 러시아 업체가 기꺼이 제재 대상이 아닌 은행에 대체계좌를 개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체 계좌 개설에 나서는 러시아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2차 제재(제재 대상 러시아 은행과 거래한 제3국 은행에 대한 제재) 등을 우려한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로의 송금에 소극적인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대금을 받아야 하는 수출기업은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거래 상대방이 러시아 현지 상황과 주거래 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 달러 조달의 어려움 등을 핑계로 대금을 치르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루블화 대금을 받는 업체는 루블화 가치 급락, 원화로의 환전 어려움 등이 애로 사항일 수 있다. 정부는 금융기관이 정해진 제재 수준보다 과도하게 거래를 회피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러시아 관련 거래를 꺼리는 것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어서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원전 단지를 포격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임에 따라 서방의 금융 제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대러 제재로 피해를 본 기업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지난 4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우리 기업과 러시아 현지 교민, 유학생 등의 대(對)러 결제 애로 해소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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