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6년 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광명성 4호를 발사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북한이 지난달 27일에 이어 5일에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주장대로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려면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거리 로켓은 ICBM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3단 분리체로 이뤄진 장거리 로켓은 탄두부에 위성체를 탑재하면 위성발사용이고, 핵탄두 등을 장착하면 ICBM으로 전용된다.
지난달 27일에는 '정찰 카메라 시험'을, 이번에는 '위성자료 송수신체계 확인' 등을 각각 시험 목표로 내세웠다. 한미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1발 발사를 포착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엿새 간격으로 동일한 지점(평양 순안)에서 유사한 제원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명분만 정찰 카메라 시험에서 위성자료 송수신체계로 바꾼 것이다.
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전날 발사가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이뤄진 중요 시험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위성자료 송수신, 조종 지령(지시)체계 등 여러 지상 위성관제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정찰 카메라가 찍은 정찰지역의 사진 자료를 지상으로 송수신하고, 지상에서 위성을 관제할 수 있는 체계를 시험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관련 추가 시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시험을 연달아 진행한 것으로 미뤄 정찰 위성을 우주로 쏠 장거리 로켓도 제작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정찰위성 개발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ICBM 시험발사로 향하는 수순을 착착 밟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27일 준중거리급 탄도미사일(MRBM) 발사 때 찍었다고 다음날 공개한 지구 사진 해상도가 정찰위성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와 관련, "탄두 탑재부에서 찍은 것으로, 해상도는 1㎞ 정도 될 것"이라며 "그 정도는 상용 카메라 정도이지 정찰 카메라가 아니다. 현대 기술로 인공위성 시험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찰위성 길 닦기로서 '살라미 전술'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명분을 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ICBM 도발 전까지 수위를 조절하고자 개발 목적만을 바꿔 계속 시험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회의에서 핵실험·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를 시사한 바 있어 ICBM 발사 현실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은 이날 보도에서 전날 시험이 진행된 사실과 목적만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발사 당시에도 미사일 발사체 사진 대신 저궤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만 공개했다.
정찰위성 개발 목적의 시험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나 설명 등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도 ICBM 도발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군사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당시 미국 본토까지 포함되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를 비롯해 ▲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 극초음속 무기 도입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군사정찰위성 운영 ▲ 500㎞ 무인정찰기 개발 등이 제시된 과제였다.
장영근 교수는 "2012년과 2016년 광명성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위성과의 통신이 잘 안되어 실패하고 위성데이터 송수신에도 문제가 있어서 이번에는 로켓을 발사해 600㎞ 정도의 저궤도에서 이들 장비의 우주환경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MRBM의 고각발사를 통해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비밀시험을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도발한다면 오는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계기로 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에서 장거리 로켓을 쏠 때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이용한다. 이 발사장에는 자동화된 로켓 발사대와 화염을 지하로 안전하게 배출하는 시설, 로켓 동체를 발사대까지 이동시키는 레일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 동창리 발사장 일대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측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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