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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민생경제 공약들, 어쩜 이리 닮았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전선거일로 치면 D데이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겠다.

열네 분의 선량이 출마했지만 그동안 빅 4만이 국민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그중에서도 거대 양당의 두 후보에게 집중되는 이목의 분량이 매우 컸다. 민생경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터라 이들 후보의 경제 공약에 주목했다. 나름의 촉을 갖고 꼼꼼히 살펴보니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한 마디로 내용만 가지고는 어느 진영 후보의 공약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전국에 250만호의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그중 한 후보는 최근 들어 311만호로 목표치를 올려 잡는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단일화로 사퇴한 안철수 후보까지 이 수치에 맞췄다. 수도권 목표치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공급목표도 동일하다. 이러한 공급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재개발·재건축을 과감히 추진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확대하겠다는 세부적 주장까지 거의 일치한다.

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인 주거불안을 타개하기 위한 최우선 방책으로 공급확대를 주창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공급과잉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의문이다. 김포공항과 국회의사당 자리, 1호선 지하화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 등 다양한 수단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공약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집값 폭락과 지속적 디플레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시장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을 끼친다는 것이다.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세금 문제도 그렇다. 최근까지도 진보진영은 증세, 보수진영은 감세가 세금을 둘러싼 정책 기조였다. 현 정부에서도 그러한 기조에 따라 부동산 세금을 인상·중과해온 것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세금 공약을 보면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싱크로율이 높아졌다. 가중되는 집세 부담으로 표가 잠식될 것을 우려한 진보진영 후보조차 양도세의 한시적 완화와 중과 유예, 종부세 감세, 청년층 세 부담 완화,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 등 보수진영의 전통적 감세 주장을 차입하고 있다. 지역 유세 중 발언들에서는 어느 진영의 후보인지조차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세금을 줄이겠다는 주장 일색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피해국민 대책과 자영업·소상공인 민생대책, 중소벤처기업 대책, 일자리 확보방안, 디지털혁신 등 수많은 경제 분야 공약이 세부 실천과제와 수치까지 엇비슷하다. 초기 버전에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특색을 반영한 나름의 차별적 공약들이 상당했는데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싱크로율이 높아진 것이다.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의문점이 있다. 경쟁 후보를 따라 급조된 수많은 공약(公約)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시도조차 되지 않을 민심회피용 위장 공약(空約)이 될 수 있겠다는 염려는 필자만의 생각일지 궁금하다. 선택받은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졸속이거나 비현실적인 경우 국익에 해가 되는 공약이라면 국민의 양해를 얻는 절차를 거쳐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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