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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화가 사라졌다”…‘루블화 붕괴’우려에 ATM 몰려드는 러 국민
러시아 모스크바의 알파은행 ATM 앞에서 27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현금을 인출하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러시아 전역에서 미국 달러화 등 외화를 확보하려고 현금인출기(ATM)에 몰려드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금융 핵무기’로 통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러시아중앙은행(CBR) 제재 카드를 쓰기로 하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러시아를 흔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스크바 소재 쇼핑몰에 있는 현금인출기 앞에 서 있던 블라디미르(28)씨는 “한 시간째 줄을 서고 있다. 외화가 모든 곳에서 사라졌다”며 “이게 가능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게 왔는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외화 인출을 위한 긴 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한 당일(24일) 오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SWIFT 배제 조치 발표로 더 늘어났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에카트리나는 한 외신에 “내 은행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내 돈이 사라질까 의심되고, 먹을 걸 살 수 없을 거란 걱정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인의 ‘외화 러시’는 일부 러시아 은행이 지난 25일 종가(달러당 83루블)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에 이날 달러를 팔고 있음에도 나타나고 있다. VTB가 105루블, 오트크리티에(Otkritie)가 115루블 등이다. 전문가들은 CBR의 기준 금리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을 달러당 100루블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항공기를 상대로 영공을 폐쇄한다고 이날 밝히고, 애플페이와 같은 인기 지불수단도 작동하지 않은 거란 소식에 러시아인들이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영공 폐쇄는 외환을 물리적으로 러시아에 공급할 수 없게 하는 조처여서 시장이 받는 충격은 더 크다는 지적이다.

CBR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며 루블화를 중단없이 공급하겠다고 했다. 성명엔 외환에 대한 지원과 제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CBR는 지난주에도 ATM에 현금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이 27일(현지시간)ATM에서 돈을 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

28일 외환시장이 개장해 거래가 이뤄지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할 거라는 징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GAM인베스크먼트의 폴 맥나마라 펀드매니저는 “망가지지 않을 거란 시나리오를 볼 수 없다”며 “가격 책정 측면에서 (당국의) 효과적인 개입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서방은행의 모스크바 지점 임원은 ”현금 인출은 러시아에 피해를 입힐 거다. 은행의 유동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서비스 업체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전략가는 “러시아 채권과 통화가 계속 하락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내려진 서방의 제재 조치 때도 환율 폭락·유가 급락 등으로 현금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뱅크(Sberbank)에선 단 일주일만에 1조3000억루블(약 18조 6030억원)이 빠져 나갔다.

모스크바에 있는 경제전문가그룹(EEG) 소속 예산전문가인 알렉산드리아 수슬리나는 “상황이 완전히 불안정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와 제한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제재 대상 은행에서 나타날 행렬을 위한 ATM을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연구소는 대러 제재 발표 전에 이미 제재가 러시아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달러 환전사태로 이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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