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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에서라도…” 故 정인이 위해 매일 밥 차리는 주부
‘정인이법’ 시행 1년…주부 김지혜 씨 인터뷰
“생전 부모에게 따뜻한 밥 못 받았을 아이들”
“솜방망이 처벌, 아동학대 키우는 양분”
“학대 의심아동에게 용기내 말 걸어주길”
주부 김지혜(가명) 씨가 아동학대 피해아동들을 위해 매일같이 차리는 밥상. [김지혜(가명) 씨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26일은 아동학대 근절을 목표로 발의된 일명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법 시행이 무색하게 여전히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차갑게 식어가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다.

그런 가운데 정인이 등 아동학대로 인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매일 밥을 차리는 주부가 있다. 그는 점차 잊히는 피해아동들을 안타까워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그들을 기리고 있다.

주부 김지혜(가명) 씨는 25일 헤럴드경제와 전화인터뷰에서 아동학대 피해아동을 위해 매일 밥을 차리는 사연을 털어놨다.

김씨가 아이들을 위한 밥을 차리기 시작한 건 양부모에 의해 끔직하게 학대당해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2월부터다. 처음에는 정인이를 위한 밥을 차렸지만 지금은 ‘구미 3세 여아 학대 사건’의 피해자 보람이의 밥상도 차린다.

김씨는 “생전 부모님에게 따뜻한 밥 한끼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불쌍해 하늘에서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밥을 차리게 됐다”며 “혹시라도 영혼이란 게 정말 있다면 아이들이 우리집에 들러 밥을 먹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지혜(가명) 씨가 아동학대 피해아동들을 위해 매일같이 차리는 밥상. [김지혜(가명) 씨 제공]

그는 이 밥을 ‘제삿밥’이라고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듯 ‘맘마’라고 부른다. 제삿밥이라고 말하면 피해아동들의 죽음이 각인돼 슬퍼지기만 할 뿐이라는 게 이유다.

김씨는 여섯 살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다. 그런 그가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부터 육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내가 하는 행동이 학대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육아철학과 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김씨는 거리에서 아동학대 처벌 강화시위 등에 참가했다. 또 정기 후원을 통해 아동학대 방지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에 대한 판결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법조계에 따르면 8년간 처자식을 폭행한 50대 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아버지는 자신은 억울하다며 지난 23일 재상고했다.

김씨는 “아동학대에 관대한 법이 결국 아동학대를 키우는 양분이 된다”며 “특히 사회적 관심을 못 받는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하나 마나 한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꺼지면 안 된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그는 “주변에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 울고 있는 아이를 본다면 제발 한 번만 용기를 내 다가가 말을 걸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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