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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日 등 서방 동맹, 일제히 對러 제재 융단 폭격…신냉전 현실화
바이든, ‘우크라 침공’ 규정…러 은행·국채·상류층 겨냥 제재 발동
日 등 亞 동맹국도 지지…EU, 對러 제재 ‘만장일치’…獨 ‘노르트 스트림 2’ 중단
크렘린궁, "푸틴, 바이든 제재 연설 보지도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공언한 대로 러시아를 향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독립 승인과 군대 파병 명령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對)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도 대러 제재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국면은 한층 더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24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미러 외교 수장과 미러 정상 간의 만남마저 무산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新) 냉전’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1차 제재’ 강조한 바이든…美, 추가 제재 검토=미국 정부는 2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invasion)이 시작됐다”고 규정한 직후, 러시아에 대한 각종 고강도 제재 조치를 쏟아냈다.

이는 전날 러시아의 행동을 ‘침공’으로 규정하지 않고 DPR·LPR에 한정한 제재 행정 명령을 내렸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유화적 대응이 자칫 러시아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 여론을 받아들이고, 동맹국과 밤샘 숙의를 거치면서 한층 선명한 강경 대응노선에 백악관이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러시아 은행 2곳 제재 ▷러시아 국가채무 관련 포괄적 제재 ▷러시아 최상류층·신흥 재벌 3명 제재 등의 내용이 담긴 이날 조치를 ‘1차분 제재(first tranche)’로 언급했다. 러시아의 향후 행동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재 강도를 높일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가 침공했다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재를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

다음 단계 제재로는 러시아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 기업 화웨이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러시아식으로 적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러시아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히는 방안을 유력 검토해왔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백악관은 최근 이 같은 수출 통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에 제재 동참을 요구했고,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 3개국이 이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전해왔다고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가전제품은 물론 컴퓨터, 반도체, 항공기 부품 등에 이르는 방대한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대러 금수 조치를 발동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U, 對러 제재 ‘만장일치’…獨 ‘노르트 스트림 2’ 중단=EU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일제히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를 발표했다.

독일은 서방의 대러 핵심 제재로 꼽히는 러시아-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2’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독일 북동부 루브민에 위치한 러시아-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2’ 관련 시설의 모습.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은 서방의 대(對)러시아 핵심 제재로 꼽힌다. [AFP]

영국도 러시아 은행 5곳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겐나디 팀첸고, 보리스 로텐베르그, 이고르 로텐베르그 등 재벌 3명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어 러시아가 런던 금융시장에서 국채발행을 못하도록 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번 제재에는 DPR·LPR 독립 승인에 관여한 러시아 하원 의원 등 개인은 물론 러시아의 의사 결정권자에게 자금을 대는 은행과 돈바스 두 지역에 있는 다른 사업체 등이 포함된다. 또 EU는 DPR· LPR 지역과 EU간 무역을 금지할 것이고 EU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러시아 정부의 능력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화’서 ‘제재·군사적 억지’로 무게중심 넘어가=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마지막까지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은 대화에서 제재와 군사력을 토대로 한 억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당장 모든 대화가 중단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국무부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국무부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더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24일 예정된 미러 외무장관 회담 취소를 공식화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별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경로를 바꾸지 않는 한 외교는 성공할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미러 정상회담은 당연히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보수성향 언론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 “제재는 명분과 근거가 없다”며 “DPR·LPR 독립 승인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중계를 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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