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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교체가 먼저지만…李·尹 둘 다 싫은데 어쩌나” [영남 민심 르포]
보수 색채 짙은 영남…‘정권교체’에 힘 실어
2030세대, ‘마음 못 정했다’는 부동층 다수
“둘 다 싫다”…“공약 실현 가능성 보고 판단”
“‘유능 경제’ 미는 李에 마음 간다”는 유권자도
朴 수사 관련해선 “尹, 文이 시키니까 한 것”
지난 20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 거점유세가 끝난 후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 [신혜원 기자]

[헤럴드경제(구미·대구·울산·김해·거제·진주)=신혜원 기자] “60년 넘게 살면서 문재인처럼 이렇게 몬(못)하는 대통령은 내가 처음 봤다. 윤석열이도 하자는 있지마는 정권교체는 해야 되니까 이재명이보다는 안 낫겠나.”

경남 진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하동호(65)씨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윤석열이 하자는 부인 의혹밖에 더 있겠나”며 “(문 대통령이) 5년 동안 완전히 편 가르기만 하고 있다. 윤석열이가 대통령 되면 편 가르기는 없다꼬 본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서 묻자 손사래를 치며 “이재명이는 말만 번지르르하다. 말을 이래 돌리고 저래 돌린다”며 “뽑아놓으면 또 거짓말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약 20여 일 앞둔 지난 19~20일 ‘보수 텃밭’ 영남권 유권자들의 표심은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였다. “우리 대구는 무조건 윤석열이 찍어야지”, “경남도 윤석열이다”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다만, 유권자들 대다수가 후보보다는 당을 신뢰하는 분위기였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며 “(윤 후보가) 좀 불안하긴 한데 워낙 뽑을 사람이 없다. 이재명을 뽑을 수는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윤석열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주민인 손상길(58)씨는 “둘 다 마음에 안들지마는 정권을 일단 바꿔야 되니까”라며 “윤석열이가 아무래도 정치 경험이 없지 않나. 그래도 정권 바꿔야 된다는 그거 하나로 윤석열이 찍을기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상당했다. 경남 거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김모(59) 씨는 “(현 정부의) 주 52시간제는 월급쟁이들이나 하는 소리지 일한 만큼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죽으라는 소리 밖에 안 된다”며 “그래서 문재인이가 싫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저녁 7시께 찾은 대구 동성로. 대구 주요 번화가로 꼽히지만 거리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공실이 눈에 띈다. [신혜원 기자]

이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유권자도 간혹 있었다. 대구 동성로에서 반려동물 간식을 판매하는 김병완(48)씨는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 불안정하다. 동성로도 원래 번화가인데 사람들이 많이 안 다녀서 매출 타격이 크다”며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미는 이재명에게 더 마음이 간다. 윤석열이는 대구하고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아가 믿음이 별로 안 간다”고 말했다. 김해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애(65)씨는 “이재명은 괜찮은데 당이 싫고 윤석열은 싫은데 국민의힘은 좋다”고 말했다.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도 적지 않았다. 특히, 2030세대 유권자 사이에서 주로 이 같은 대답을 내놨는데, “둘 다 싫다”, “서로 비방만 해서 신뢰가 안 간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대체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보고 후보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무효표를 뽑거나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겠다는 유권자도 더러 있었다. 동성로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한 30대 남성은 “두 후보 관련 비리나 의혹이 자꾸 터져 나오니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며 “대구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많이 옅어졌다”고 말했다.

과거 윤 후보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선 “자기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구미 주민인 박세원(75)씨는 “그때는 윤석열이가 검찰에 있을 때니까 문재인이가 시키는대로 해야 됐겠지”라며 윤 후보를 두둔하기도 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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