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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대선 ‘어떻게’가 아닌 ‘왜’가 중요하다

영화 ‘킹메이커’에는 다양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나온다. 과거 보수세력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던 ‘빨갱이’에서부터 ‘망국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영·호남 지역감정에 이르기까지 사이사이 등장하는 고무신과 와이셔츠, 목포 국무회의 등 금권·관건 선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서창대(이선균 분)의 기발한 전략전술은 영화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를 도왔던 ‘선거판의 여우’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불과 21일 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더 그렇다.

다만 1960~70년대 엄창록이 본격적으로 불씨를 지폈던 ‘선거판 네거티브’는 2022년 들어 오히려 퇴보한 듯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15일, 여야 대선캠프의 공방을 본 솔직한 심정이다. 소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굿판, 밀짚인형을 만들어 목과 팔다리를 토막 내는 ‘오살 의식’ 등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각종 주술이 쏟아진다. 네거티브에도 품격을 따진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차라리 후보 부인을 겨냥한 주가 조작 의혹,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이 양반으로 보일 지경이다. 엄창록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까.

네거티브는 자체는 죄가 없다. 선거유세는 내가 당선돼야 할 이유뿐만 아니라 상대가 당선되지 않아야 되는 이유를 내세워 지지를 받는 과정이다. 자연스레 후보 입장에서는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 손쉽게 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된다. 무엇보다 각종 의혹을 철저히 따져보는 것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데에 필수적인 검증 과정이기도 하다. 일정 수준의 네거티브는 선거캠페인에서 불가피한 이유다.

문제는 언제나 ‘선’이다. 아무리 ‘진흙탕 싸움’의 꼬리표가 붙는 것은 선거의 숙명이라지만 이쯤 되면 여기가 대선판인지, 동네 양아치 패싸움 현장인지 헷갈린다. 아무리 ‘정치냉소’의 시대라지만 정치세력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추겨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든다.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식의 태도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네거티브 중단’선언을 해놓고 두 시간도 안 돼서 이를 뒤집는 일쯤은 예사다. 상대방에 대한 야심 찬 공격을 감행했다가 오히려 불리한 발언이나 사진이 발견돼 역공을 당하는 모습은 실소마저 유발한다. ‘정치가 코미디니 개그콘서트가 폐지됐다’란 농담과 진담이 절반씩 섞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시, 영화 ‘킹메이커’로 돌아오자. 김운범(설경구 분)은 “어떻게 이기는지가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지가 중요한 법”이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를 뽑아야 할 대선이 코앞이다. 김운범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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