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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출신 ‘미니멀리즘 거장’ 카르멘 에레라, 106세로 별세
흑백 등 단순한 색 조합 작품 유명

제3세계 출신 여성 예술가라는 차별을 극복하고 90대의 나이에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카르멘 에레라(사진)가 향년 106세로 별세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레라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12일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1915년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에레라는 89세인 2004년까지 단 하나의 작품도 팔지 못한 무명 예술가였다.

에레라는 1949년 프랑스 파리의 유명 갤러리인 살롱 데 레일리테 누벨에서 요제프 알버스와 장 아르프 등 유럽의 추상화 거장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였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뉴욕에 정착한 1954년 이후에는 흑백 등 단순한 색 조합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적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그러나 잭슨 폴락과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등 감상자를 압도하는 추상표현주의가 대세였던 당시 미국의 미술계에서 에레라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당시 뉴욕 갤러리가 여성이나 쿠바 출신 예술가에 대한 차별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에레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2004년 중남미 출신 예술가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뉴욕의 한 갤러리의 전시 때 평론가는 평생 기하학적 미니멀리즘의 길을 걸은 에레라의 작품세계가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 후 에레라는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판매했다. 당시 판매된 작품 중 일부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기증됐다. 현재 에레라의 작품은 MOMA를 비롯해, 매트미술관과 워싱턴DC의 허시혼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등에 전시돼 있다.

에레라는 생전 인터뷰에서 말년에 얻은 명성에 대해 “버스를 기다리면 언젠가 버스가 온다는 말처럼 결국 시간의 문제”라며 “난 100년 가까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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