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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위기에 국제유가 100달러 코앞…“밀·옥수수 대란”
WTI·브랜트유,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
팬데믹 여파 수급 불일치까지 겹치며 유가 급등 부채질
국제 밀·옥수수價 한달 새 6.4%·10.1% 급등
“우크라 사태, 10년 만 최고가 세계 식품 가격에 추가 상승 압력”
미국 텍사스주(州)에 위치한 석유 시추 시설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쟁 직전 상황까지 치달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곡물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이자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러시아가 이번 전쟁 위기의 주요 당사국으로 포함된 상황 속에 국제유가는 7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배럴당 100달러가 조만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를 뒤덮은 전운(戰雲)으로 국제 곡물 가격까지 급등세를 이어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다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또 다시 무거운 짐을 지우는 모양새다.

▶WTI·브랜트유,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6달러(2.5%) 오른 배럴당 95.4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9월 3일 이후 최고치다.

[블룸버그 자료]

4월물 브랜트유 가격도 배럴당 96달러를 돌파해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원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하루 원유생산량이 1120만배럴에 이르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레이블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만약 서방과 러시아 측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쉽게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서방과 러시아 간의 추가적 협상에 대한 얘기는 잇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갈등이 테이블에서 내려간 것이 아니라는 점에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제가 회복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해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지며 원유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증산을 거듭 약속했지만, 실제 생산량과 목표량 간 차이가 작지 않은 실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의 생산량과 목표량 간 격차가 1월에 일일 90만배럴로 벌어졌다고 밝혔고,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OPEC만 놓고 보면 격차가 일일 120만배럴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니산트 부샨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원유 흐름에 차질이 발생하면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그날로 곧장 100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며 “팬데믹의 여파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유가 상승세가 더 큰 불길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4대 곡물 수출국 러·우크라, 전쟁 시 곡물價 급등 시간문제”=국제 곡물 가격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 수위로 높아진 탓에 급등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같은 날 국제 밀 가격은 부셸(Bu) 당 800.5센트로 전날 대비 0.34% 상승했다. 국제 옥수수 가격도 부셸 당 655센트로 전일 대비 0.61% 상승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자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 한 달 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국제 밀·옥수수 가격은 각각 한달 전 대비 6.38%, 10.08%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팜파스, 북미 프레리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흑토(黑土)지대’를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루마니아와 함께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으로 알려져 있다. 보리와 옥수수 생산량은 세계 4위, 밀 생산량은 세계 6위를 자랑하는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세계 밀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3분의 1에 가까운 수준이다. 옥수수 수출은 5분의 1을 담당한다.

이런 양국이 전쟁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세계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한 밀밭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AFP]

특히, 이미 10년 만에 최고가 수준으로 오른 세계 식품 가격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난 3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 1월 135.7을 기록, ‘아랍의 봄’ 사태로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콩이나 야자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기름의 경우 FFPI가 처음 발표된 1990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오펠리아 쿠츠 애널리스트는 “식량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은 아프리카와 중동 등의 정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문제가 국제 유가, 금융 불안 등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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