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1주일 끌더니 김혜경 머리 숙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석희·유오상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된 당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전격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김씨의 사과는 발표 1시간 전에야 기자들에게 공지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김씨의 ‘과잉 의전’ 논란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1주일간이나 손을 놓고있던 선대위가 이 전 대표의 합류로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가 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배모 사무관은 오랜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국민 여러분들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선후보의 배우자로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드리게 되었다”며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김씨는 이날 오후 중앙당사로 들어오는 길 마스크를 썼지만 굳은 얼굴 표정으로 입장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씨는 이 후보가 이날 사과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 내내 김씨는 평소의 밝게 웃는 표정 대신 굳은 얼굴표정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특히 김씨는 여러 언론사에 자신이 받았던 지시 내용 등을 녹음 파일 및 사진으로 제시했던 제보자 A씨에 대해서도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제가 A씨와 배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씨와는 오랜 지인 관계로 지냈으나, 제보자 A씨와는 한차례 인사를 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씨가 전격적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은 비교적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김씨는 ‘과잉 의전’ 논란이 있은 직후 대외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등 외부 일정을 아예 삼가왔다. 김씨의 외부 활동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
민주당 안팎에선 이날 김씨 사과의 배경에 이날부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선대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김씨의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어느 것이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솔과 겸허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지 잘 새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선대위원장은 구체적인 사과의 방식을 묻는 질문에 “제 업무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선대위원장의 ‘김혜경 사과 필요’ 발언이 있은 뒤 김씨가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불과 7시간 뒤다. 민주당 선대위는 김씨의 사과 발언이 있기 불과 1시간전에야 김씨가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역시 김씨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번엔 입장문을 서면으로 낸 것이고 지금은 언론과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본인의 목소리와 얼굴로 송구하다고 사과 말씀을 드린 것이다. (이전 사과와는 달리)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낙연의 사과 필요’ 발언이 김씨 사과의 배경이 됐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잘 모르겠다”, 왜 사과 시점이 이날이냐는 질문에도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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