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세 비중 늘어나니 집세 더 올리자”…1년짜리 계약 강요하는 얌체 집주인
임차인 “年5%인상, 물가상승률보다 높아”
‘1년+1년 계약’ 사례 속출…현행법상 무효

#.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 처음으로 독립한 임 모(32세)씨는 지난달 마포구 공덕동 인근에서 오피스텔을 구하다 특약사항에 적힌 문구에 시선이 쏠렸다. 임 씨가 쓴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에는 ‘본 계약은 임차인이 희망하여 1년으로 진행했고, 만기 후 재연장시 5% 인상에 상호 협의됨’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적은 것이었다. 해당 단지의 다른 월세 매물 대부분도 1년짜리 계약으로 포털사이트에 소개돼 있다.

#. 강서구 마곡동에서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자취 경력 10년차 최 모(31세)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1년 계약 후 월세 인상이 필수라고 소개하는 중개사에게 ‘임대차계약은 2년이 기본’이라고 반박했지만, 오히려 계약을 거절당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며 전입신고까지 가능한 매물이라 ‘2년+2년’ 계약갱신까지도 가능하지만, 임대인과 중개사는 “이 동네 오피스텔은 전부 1년 계약이 원칙”이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전세 물량의 월세 전환 흐름 속에 임대인과 중개사가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에서 1년 짜리 계약을 요구하면서 임차인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임대료를 5%씩 올리려는 꼼수로,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2년 기간을 보장한다는 점에 무지한 사회초년생들을 중심으로 피해사례도 모이고 있다.

주택 계약 경험이 없는 임 씨는 “부동산에서 전세가 아니라 월세는 원래 1년씩 계약하는게 원칙이라고 말해서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그렇잖아도 월세가 비싼데 1년마다 5%씩 인상하는건 물가상승률보다도 높지 않나”라고 억울해했다.

여러차례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전월세 계약을 해봤던 최 씨처럼 법에서 2년을 보장하는 것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계약을 못하는 사례도 다수다. 최 씨는 “집주인이 저랑은 계약하지 않겠다며 다른 부동산 가라고 하더라”며 억울해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세입자의 2년 갱신권을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되자 집주인들이 편법 계약을 강요하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다만 1년 계약을 했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모든 주거용 주택은 2년의 기간을 보장받는다. 설사 2년 미만으로 계약했더라도 2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설사 2년 미만으로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이 돼 무효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특약 역시 효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특약이 법에 우선하지 않으므로 1년 계약을 특약에 쓴들 2년 보장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월세 수입을 노리고 투자했는데 어떤 집주인이 4년(2년+2년) 동결을 반가워하겠느냐”며 “처음부터 우리한테 1년 계약할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임대인이 갑(甲)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속한 임대료 인상을 원하는 임대인의 요구를 맞춰주는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난 듯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공인중개사가 허위로 법을 안내하고 강요해 특약에 적었다면 증거자료를 가지고 시군구청에 가서 거래질서 교란행위로 신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