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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짧고 더 굵게”…李·尹·安 ‘단문 메시지’ 전쟁 [정치쫌!]
'성범죄·무고죄 처벌 강화' '여가부 폐지'
尹, 단문 메시지로 '이슈 몰이' 성공하자
李·安 등 다른 후보들도 단문 '맞불작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페이스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단문 메시지' 전쟁이 한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초단문 SNS 메시지로 이슈 몰이에 성공하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잇따라 단문 메시지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청년층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내용이 빈약한 '선명성 경쟁'으로만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공존하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후보였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수습되기 직전 시점이었다.

윤 후보는 바로 다음날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일곱 글자 메시지를 올렸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계정이 해킹 당한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다. 그만큼 내용도 형식도 전에 없던 파격이었던 것이다. 이대남(20대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호응이 쏟아졌고, 하락세를 거듭하던 윤 후보 지지율도 이날을 기점으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메시지가 나오자 즉각 '여성가족부 강화' 일곱 글자를 올리며 맞불을 놨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의 이같은 단문 메시지에 비판이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공약을 내걸 수는 있는데 왜 그 공약을 내걸었는지 설명해 주지 않고 일곱 자 공약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대단히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하고 화해하고 복귀한 이후에 선거운동을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도 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11일 이 후보의 모바일 소통 플랫폼 '이재명 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 게재한 칼럼에서 "지난 주말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언론들에서 난리법석인데, 발표한 후보나 그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언론 모두 참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들께 정책을 발표할 때는 최소한 ‘왜 필요하고, 그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들은 어떻게 보완하겠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한다"며 "무슨 검찰 신문하면서 사람 말 문지르듯 툭 내뱉는다고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페이스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페이스북

하지만 윤 후보는 아랑곳 않고 단문 메시지 SNS를 계속 이어갔고, 논란을 몰고 다니면서도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거뒀다.

결국 이재명 후보도 단문 메시지 실험에 나섰다. 지난 13일 "더 나은 변화 = 이재명, 더 나쁜 변화 = 윤석열"이라는 짧은 문구를 통해 윤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그러는 사이에도 윤 후보를 향한 여권의 비판은 계속됐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방송된 KBS '정치합시다2'에서 "'여가부 폐지'나 '병사 월급 200만원'이라는 공약을 알리는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저게 무슨 정치냐'하는 생각을 들게 해 굉장히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과는 별개로 윤 후보의 단문 공약이 계속 이슈몰이를 이어가자 이 후보도 본격적으로 단문 메시지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특히 2030세대 청년층 지지율이 급격하게 변동하자 어떻게든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가 지난 27일 '주식양도세 폐지'를 내놓자, 이 후보는 즉각 '부자감세 반대' 여섯글자 메시지로 선명하게 맞받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이 후보는 지난 28일엔 '준 4군 체제로의 개편'과 주식시장 개혁 방안에 대한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도 최근 들어 단문 메시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하지만 이 같은 단문 메시지가 경쟁적으로 확대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목을 받는 홍보 기법으로는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대선후보들 간 심도 깊은 논쟁은 실종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후보 간) 대결구도를 천명하는 메시지일 뿐"이라면서 "TV토론이나 정책 대담 등이 취약한 상황에서 내용없는 선명성 경쟁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무책임한 대결정치, 진영논리만 강화되고 있다"며 "역대 어느 대선보다 심도있는 정책경쟁이 실종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식양도세 폐지' 메시지를 올리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부자감세 반대'로 맞불을 놓은 모습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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