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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플라스틱 오염시대, 위험해진 우리의 뇌

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한 사회적 현안이다. 2017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1950년에 150만t, 2016년에는 3000만t이 생산됐으며 그중 4분의 1가량은 유출돼 심각한 생태계 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또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주요 연안의 미세플라스틱양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인천, 경기도 해안과 낙동강하구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영국에 이어 세계 2, 3위에 해당한다. 환경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결국 수돗물, 식수, 식재료에 유입되는 등 인류의 실생활에 매우 가까이 접근해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수생 및 육상동물들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첨가제들에 의한 대사, 내분비 및 신경계 독성 등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생체 독성 가능성을 보이는 여러 기관 중 뇌는 신체 주요 기능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뇌와 혈액 사이에는 뇌혈관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뇌 조직은 혈액 내의 잠재적 위험 물질의 노출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뇌혈관 장벽이 미성숙한 발달 시기와 뇌출혈 등의 질환 상태일 때는 뇌혈관장벽의 투과성이 높아 혈액 내의 물질이나 세포 등이 뇌조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름 1㎛ 미만의 초미세플라스틱이 생쥐에서 모유를 통해 자손에 흡수된 후 발달 중인 뇌로 일부 유입되며 뇌 발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본 연구팀에 의해 검증됐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을 위해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첨가제들 또한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환경으로 유출돼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로 쓰이는 첨가제로, 장난감, 향수 용매, 가정용 바닥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그러나 뇌 신경 발달에 대한 유해성이 검증된 후 프탈레이트계 물질의 사용이 제한 또는 금지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비스페놀A도 태반과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태아시기에 뇌로 유입될 수 있으며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있다.

뇌 신경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신체의 다른 조직들에 비해 복구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경계 장애·질환은 난치성인 경우가 많다. 안전한 뇌 건강을 위해서는 환경에 존재하는 유해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발달기와 성장기의 뇌 발달 장애 해법을 찾는 것은 미래의 우리 사회구성원과 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이 뇌 건강의 잠재적인 유해 요인을 차단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의 적절한 규제를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며, 미세플라스틱 유출 저감과 제거기술 개발, 사용 후 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 등의 대체재 개발과 보편화가 필요하다. 제도적·산업적 차원의 접근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다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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