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한 외환 거래소 앞에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루블화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달러 대비 루블 환율은 2020년 11월 초 이후 79달러대로 올랐다. 유로화 대비 루블 환율은 90루블을 넘보고 있다. [타스]

[헤럴드경제=한지숙·유혜정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국경서 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통화와 주식, 국채가격이 모두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금은 상승하는 등 국제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선진국 발(發) 인플레이션 확산에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와 세계 밀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져 글로벌 원자재 가격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외환거래소 포함)에서 달러 당 루블화는 장중 한때 전날 종가 대비 1.9루블 오른 79.3루블까지 치솟았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79루블 선을 넘은 건 지난 2020년 11월 초 이후 처음이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장 중 전날 종가보다 1.8루블 올라 89.7루블까지 상승했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이 89루블을 넘은 건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가족들에 대해 철수령을 내리자 전쟁 발발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루블화를 던진 결과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날 오후3시를 기해 외환 매입 중단을 발표하는 등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달러 당 루블화는 78.81로 거래를 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주식 인덱스인 모엑스(Moex) 지수는 5.5% 급락했다. 연초 대비 15% 하락이다. 러시아 10년물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금리는 2016년 초 이래 가장 높은 9.75%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대비 1.83달러(2.15%) 하락한 배럴당 83.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위기 뿐 아니라 예멘 후티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2차 공격 등 중동 위기도 불거져 향후 석유 수급 불안정 가능성을 키웠지만, 투자자들은 전반적인 금융 시장 조정에 한 표를 던졌다.

콜린 시진스키 SIA 자산관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오늘은 위험 회피라는 시장의 전반적 심리에 유가의 펀더멘털과 정치적인 요인 등이 압도당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25~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금값은 소폭 올랐다. 전 거래일보다 온스 당 0.43% 오른 1839.50달러를 기록했다.

시진스키 수석 시장전략가는 “증시와 원자재에 투자하는 자금이 채권,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재배치되면서 유가 하락의 촉매제가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러시아 자산 가치 하락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시작되면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이 평균 40%로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도 역풍을 맞을 수 있어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2일 기준 유럽 지하가스저장고(USG) 가스 저장량이 2002년 1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USG의 경우 전년대비 44.6% 급감한 121억㎥로, 사상최저치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급등세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