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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슬로플레이션’과의 전쟁

새해 경제전망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위기 속에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로 극히 불투명하다. 미국·유로·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경기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에 그치면서 연간 4% 성장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3.7%로,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금 상황은 1970년대 경기가 마이너스로 큰 폭 떨어지고 물가는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하던 스태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가진 않지만 경기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올해 한국 경제가 수출과 내수 회복에 힘입어 3.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5.5%)보다 낮은 4.1%로 전격 하향 조정하면서 정부의 전망치는 장밋빛 환상에 그치고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정부의 전망치(2.2%)를 웃도는 2% 중·후반으로 전망해 지난해에 이어 물가안정목표(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는 경기회복은 불확실해지고 물가는 상승 위험이 커지는 전형적인 슬로플레이션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경제는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병목 등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세계적 추세가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미-중 패권전쟁 격화, 각국의 긴축통화정책 등에 따라 경제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빨라진 연준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으로 발생할 글로벌 긴축 발작과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경기둔화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연이어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올해 두세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투자 위축은 물론 소비둔화로 한국 경제도 더디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슬로플레이션은 일방적인 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은 만큼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 당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이 한은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데 1월 추경 같이 정부는 돈 풀기에 몰두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통화 당국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 속도를 조절하고, 정부는 경기부양 및 선심성 확장 재정을 자제하고 코로나 취약·피해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슬로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통화나 재정정책보다 비용 상승의 부담을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해서 공급을 늘리는 실물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획기적인 노동개혁 및 규제개혁으로 친시장·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기술혁신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어 벌써부터 선심성 공약들로 포퓰리즘 경쟁이 한창이다. 선심성 재정지출은 노는 사람을 늘려 생산은 부진하고 물가만 오르게 만드는 속성이 있어 슬로플레이션 해결을 위해서도 포퓰리즘과 결별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전 금융통화위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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