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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백화점, 언제까지 명품에 죽고 살까

“1조원 매출을 넘어서 더 성장하려면 명품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백화점을 쥐락펴락하는 명품 브랜드파워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은 백화점 ‘1조 클럽’은 11개로 직전 해 5개에서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가 부른 보복 소비로 국내 명품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기 F&B(식음료) 등으로 아무리 고객을 끌어봐야 명품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조원 벽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명품파워에 따라 같은 상권에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지난해 신규 오픈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영등포상권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새 백화점에 맞서 일찌감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MZ(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기존 매장의 공식을 깨고 1층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맛집거리 등을 조성하며 리뉴얼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실적은 저조했고, 대형 루이비통 매장 등 명품 경쟁력을 지닌 신세계백화점은 높은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명품 브랜드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백화점 점포의 ‘부익부 빈익빈’도 심화되는 중이다.

명품이 백화점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보니 명품 브랜드의 갑질 이야기도 자주 흘러나온다. 유통업체 중 백화점은 나름 ‘갑’으로 통하지만 명품 앞에서는 ‘을’이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를 모셔오는 것도, 경쟁사에 뺏기지 않으려 사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인기 명품 브랜드라면 수수료 협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매장 위치부터 규모까지 이들의 요구에 안 맞춰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인기가 고공 행진하면서 명품은 수시로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고객들의 ‘오픈런’도 여전하다.

그러나 명품 소비 증가로 인한 백화점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유통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백화점은 나 홀로 승승장구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구매가 면세점이나 해외 구매 대신 백화점으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에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향후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현재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과 백화점의 처지가 뒤바뀔 수 있다. 매출성장세가 두드러진 지난해부터 일부 백화점은 매출이 너무 잘 나와 향후 높은 기저로 인해 역신장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고민이 나올 정도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소비트렌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꿨듯이 코로나 이후에 명품 소비 역시 어떻게 변화할지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명품과 체험·힐링공간의 강화는 지금처럼 이어지겠지만 코로나 이후 백화점은 지금과는 또 다른 공간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명품에 죽고 사는 백화점이라지만 이를 넘어서는, 고객을 끌어당길 매력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는 코로나 이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과제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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