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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휘청대는 8·4대책…서울 의료원 3000가구 공급도 백지화되나[부동산360]
서울시 “3000가구 비현실적, 800가구 적정”
지난해 태릉·과천에 이어 공급계획 차질
다른 부지도 지자체 반발에 변경 가능성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알짜배기’ 땅인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가구를 짓는 내용 등이 포함된 정부의 8·4 공급대책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가 “800가구 공급이 현실적”이라며 기존 계획을 뒤엎는 입장을 내놓고, 강남구는 아예 공공주택 등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태릉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이어 올해는 서울 의료원 부지가 지자체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서울시 제공]

최근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훈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3000가구 공급은 비현실적이고 도시관리 관점에서 불합리하다”면서 “애초 서울시가 발표했던 800가구 정도를 기준으로 (주택공급을)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2018년 12월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에 공공주택 8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20년 8월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발표한 8·4 대책에서는 주택 공급 규모를 3000가구로 늘렸다.

류 부시장은 서울시의 입장이 8·4 대책 당시와 달라진 이유에 대해 “당시 권한대행 체제인 서울시로서는 (정부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면서 “‘반값아파트’(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로 공급하는 방안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강남구의 입장은 또 다르다.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등이 들어서는 것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해당 부지가 애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계획된 지역인 만큼 마이스(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에 걸맞은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의 갑작스런 공급 축소 움직임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의료원 부지 내 공급 축소 관련 의견은 정부와 서울시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이어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당초 발표한 8·4 대책 수준에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신규택지 24곳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며 야심 차게 발표했던 8·4 대책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난개발 우려로 주민 반발이 심했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의 공급 규모는 당초 1만가구에서 6800가구로 축소됐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은 백지화됐다. 과천지구 자족용지 전환과 과천 갈현동 일원 개발 등 대체지로 목표 공급량은 겨우 맞췄으나, 일대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 밖에 8·4 대책에서 거론된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3500가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도 지자체와 주민 반발로 인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8·4 대책으로 발표된 수도권 신규택지 24곳 중 현재까지 지구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렇다 보니 애초 정부의 공급계획이 주변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물량 확보에만 치중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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