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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위드 코로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추경…국채시장 혼돈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기조 속 단행된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 발표로 물가정책과 국채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채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951년 한국전쟁 이후 71년만에 처음으로 1월 국회에 제출되는 추경이다.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 넘은 셈이다. 앞으로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국채 발행량이 증가할 수 있고, 나아가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편성될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이 다시 시작되지 않으면 결국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전망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입찰을 진행한 국고채 10년물 물량 2조6000억원은 2.555%에 낙찰됐다. 응찰금액은 7조70억원으로 응찰률 269.5%를 기록했다. 1년 전 1월 10년물은 낙찰금리는 1.710%였다. 2조9000억원이 발행됐다. 응찰금액은 8조8620억200만원으로 응찰률은 305.6%를 기록했다. 비슷한 국고채 물량이지만, 낙찰금리 차이가 0.845%포인트에 달한다.

국고채 인기도 떨어졌다. 응찰률로 비교하면 36.1%포인트 하락했다. 부분낙착률도 봐도 마찬가지다. 전날엔 11.9%, 작년 이날엔 100.0%를 나타냈다. 부분낙착률은 같은 낙찰금리로 많은 수요자가 몰렸을 때 높아진다. 부분낙착률이 100.0%면 국채 1조원을 낙찰금리로 써내도 5000억원만 배정 받는다.

지난 20일 실시된 국고채 10년물 비경쟁인수도 흥행 실패했다. 비경쟁인수Ⅱ(전문딜러 비경쟁인수)는 인수가능금액 5850억원 중 2270억원, 38.8%만 인수됐다. 비경쟁인수Ⅲ(스트립조건부 비경쟁인수)는 200억원, 인수가능금액 2710억원의 7.4%만 인수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엔 비경쟁인수Ⅲ 1460억원을 포함해 총 8980억원이 인수됐다.

물가정책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전지출 성격상 추경 규모 전부가 수요 측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는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동안 3%대 상승률을 보였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생산자물가도 10년만의 최고치인 6.4% 상승을 나타내면서 앞으로도 고물가는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국채 발행확대 기조가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2년 동안 6번, 116조6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을 편성하고도 정부는 올해 1월 14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또 편성한다.

2020년 추경은 총 4번 편성됐다. 1차 11조7000억원, 2차 12조2000억원, 3차 35조1000억원, 4차 7조8000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도 1차 14조9000억원, 2차 34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번에 정부가 1월말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추경 규모는 14조원이다. 2020년 이후 총 130조 6000억원이 추경만으로 편성됐다.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2020년 1차 추경에서 4조1000억원, 3차 추경에서 1조9000억원, 4차 3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1차 때는 7조3000억원, 2차 때는 5조3000억원이 마련됐다. 추경에서 단일 지원 정책으로 22조5000억원이 사용됐다. 이는 재난지원금 등 국민 다수에게 돌아간 보편지원 금액 등은 제외된 것이다.

추경 이외 통로로 지원액이 편성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초과세수가 19조원 예상된다며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5조3000억원을 사용했다. 초과세수에서 교부금 정산재원 7조6000억원을 제외한 11조4000억원 중 46% 가량이다. 코로나19 사태 3년차를 맞는 올해에도 지원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9조9000억원이었던 추경 내 소상공인 재정지원은 지난해 12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초과세수를 이용한 11월 지원까지 합치면 17조9000억원으로 규모가 커진다.

2022년 추경으로 국가채무(D1)는 본예산 1064조4000억원에서 1075조7000억원으로 11조3000억이 증가한다. GDP 대비 비율은 절반에서 0.1%포인트 오른 50.1%로 과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로 살펴보면 956조원에서 119조7000억원이 급증했다. GDP 대비 비율은 2.8%포인트 상승했다.

총수입은 553조6000억원으로 그대로다. 세입경정을 하지 않았다. 당초 10조원 안팎의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추경을 기획했지만, 초과세수는 사용할 수 없다. 4월 결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과세수는 추경을 위한 명분으로만 사용됐을 뿐, 국채로 추경을 조달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이에 54조1000억원 적자에서 68조1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을 늘렸다.

초과세수가 추후 늘어난 국채를 상환하는데 쓰일 가능성도 낮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새로운 추경을 하는 데 쓸 수도 있어 여러 선택이 있으니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할 정도다. 4월이면 대선이 끝나는 시점이다. 방역상황 등을 이유로 국채상환을 미룰 수 있고, 오히려 더 나아가 또다시 추경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압력은 대선을 앞두고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번 추경을 두고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추경 50조원을 편성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정부는 올해를 ‘위드 코로나’ 원년으로 삼고 완전한 경제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재원을 쏟아붓는 모양새로 가고 있는 셈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은 11월 시작된 뒤 한달만에 방역상황 악화로 잠정 중단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내내 오후 9시 이후 외식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다.

거리두기가 계속되면 추경과 국채발행 소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위드 코로나 실패로 편성되는 1차 추경이 10조원 이상 국가채무를 늘린다. 국가채무는 올해 예산안 기준 1064조4000억원에서 최소 1074조4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선 이후 50조원 추경이 현실화되면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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