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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이사제’ 촉각 곤두세운 기업들…“경영 효율성 저해” “갈등만 커질 것”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의결…민간기업 확대 우려
노사간 ‘힘의 불균형’ 경계…“의사결정 늦어질 것”
경제5단체, 부작용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 요구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시행 이후에도 당장 큰 영향을 없겠지만, 법안 확대 가능성과 노사 간 힘의 불균형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파 속 서울 도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도현정 기자]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서 기업들이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법의 적용 대상은 공공부문에 한정되기 때문에 법 시행 이후에도 민간 기업의 이사회 구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민간 기업에 확대하려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계가 경영권에 참여하는 만큼 노사 간 힘의 불균형 심화와 사회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안의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 기업으로 확대되면)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근로이사의 참여로 신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등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경제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61.5%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을 주거나 일부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25.5%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과 노동이사제의 부정합성이 고려된 결과다.

다른 중견 기업 한 관계자도 “해외에서도 기업 성과에 미친 영향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노사가 각자의 주장만 내세울 경우 이사회 결정은 더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경계했다.

현재 노동이사제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의무적으로 시행 중이다. 일본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독일에서는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실제 노동이사제를 시행 중인 국가는 주식시장보다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기업이 금융기관,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형태의 90% 이상이 주식회사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금융시스템부터 자본 조달과 회사 형태 등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작동하는 유럽의 노동이사제를 국내에 도입할 경우 주주의 이익이 현재보다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협의회 등 기존의 제도를 활성화해 노사 간 신뢰를 쌓는 과정이 최우선”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

경영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향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또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이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노동이사제는) 일부 유럽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지배구조 풍토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섣부른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사회를 노사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켜, 오히려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 1명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동 이사 자격은 3년 이상 재직 근로자로,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시행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올해 하반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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