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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32년 만에 ‘최악 화재’…19명 사망
저소득층 밀집지역 19층 아파트
유독가스 급속 확산 피해 키워
미국 뉴욕시의 소방당국과 경찰이 9일(현지시간) 저소득층 거주 지역인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이날 불로 최소 19명이 사망, 32년만에 최악의 화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EPA]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9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19명이 사망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이 건물엔 화재에 대비한 탈출구가 없는 걸로 파악됐다. 뉴욕에서 32년만에 최악의 화재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오전 11시께 뉴욕시 웨스트브롱크스의 19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 200여명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아동 9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졌고, 부상자 63명 가운데 최소 32명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이 아파트의 2~3층에서 화재가 시작됐고, 연기가 건물 높이 만큼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창문 밖으로 화염이 번지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무엇보다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확산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 9층에 살던 딜레니 로드리게스(38)는 “내 아이들과 건물을 빠져 나오는데 다른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고 아비규환의 현장을 증언했다.

대니얼 니그로 뉴욕시 소방국장은 “대원이 계단의 모든 층에서 희생자를 발견했다”며 “전례없이 많은 연기가 났다”고 했다.

당국은 난방용 히터가 오작동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맨 처음 화재가 난 집의 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졌다고 당국은 판단한다. 방화로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다고 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1972년 준공했다. 120가구가 산다. 주로 노동자 계층이 거주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건물엔 화재 탈출구가 없었다고 뉴욕포스트는 설명했다. 입주자 다수는 정부의 월세 보조금으로 방세를 내는 걸로 파악됐다. 일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라고 한다.

오스왈드 펠리스 뉴욕시 의원은 NYT에 “피해자는 뉴요커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이날 화재는 비극”이라고 했다.

피해 주민은 평소 아파트 화재 경보기가 하루에도 수 차례 오작동해 이날도 처음엔 가짜 경보가 울린 걸로 알았다고 증언했다. 미 언론은 이날 아파트 화재가 1990년 브롱크스의 해피랜드 나이트클럽 방화 이후 뉴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화재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여자친구와 다툰 훌리오 곤살레스가 클럽에 불을 질러 87명이 숨졌다. 뉴욕시 역사상 최악의 화재는 1911년 로어맨해튼의 한 공장에서 140명이 사망한 사고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 규모가 끔찍할 정도”라며 “현대 뉴욕에서 목격한 최악의 화재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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