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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명 중 6명 “보험혜택 못봤는데”…실손보험 적자 뒷감당 우리가 왜?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명 중
작년 한 번 이상 청구 37.6%
상품설계 잘못 보험사에도 책임
서류전산화로 소액도 받게해야

# 가입 10년 넘게 단 한 번도 보험료를 신청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30% 이상 오르다니요. 올해 15% 이하로 오르는 것 아니었나요?(40대 김 모씨)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을 두고 가입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입 시점과 상품에 따라 한꺼번에 수년치 인상이 이뤄진 이들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4세대 보험으로 갈아타라고 하지만, 이 역시 손해를 감수해야 해서 간단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특히 10명 중 6명은 한 번도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은 이들이어서 ‘체감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연말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실손 보험료는 평균 14.2%씩 올리기로 했다. 보험료 인상은 실손보험 적자에서 비롯됐다. 현재 보험업계는 지난해 한 해 적자만 3조6000억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나간 보험금을 일부 가입자만 몰아서 받는다는 데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 명 중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청구한 사람은 1313만 명(37.6%)이다. 거꾸로 보면 60%는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은 전혀 받지 못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한 30대 남성은 비급여 진료인 도수 치료를 250차례 넘게 받아 보험금 7419만 원을 타기도 했다. 그가 낸 연간 보험료는 34만8000원에 불과했다.

보험금은 받아 쓴 적이 없는데 실손보험 적자에 대한 뒷감당으로 보험료가 오른 가입자는 분통이 터진다. 보험료 인상이 14.2%로 합의됐더라도, 가입 시점과 보험료 갱신 시점에 따라 보험료 인상 부담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 가입자만 2700만 명인 1, 2세대 가입자 중 올해 5년 주기의 보험료 갱신 시점이 도래한 경우, 요금은 50% 가까이 뛸 전망이다.

실손보험 적자의 원인으론 일부 가입자의 과잉진료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도 있지만,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하도록 경쟁적으로 상품설계를 한 보험사의 문제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4년 간의 실손 보험료 인상율과 보험금 증가율이 계속되면 2031년 관련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손해율이 2031년 166.4%까지 오르고, 2025년이 되면 장기보험 등 다른 부문 이익으로 실손보험 적자를 메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자가 커지면 보험사 대량 파산도 야기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러다 1세대 2세대 3040대 가입자들은 병원 치료가 많은 고령인구가 됐을 때, 월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보험금을 피보험자들이 신청해야, 전체 가입자가 손실을 보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보험금 혜택 불균형 완화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이가 응답자의 47.2%에 달했다. 이들은 청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 서류 발급을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7%),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4%) 등을 꼽았다.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병원 간에 구축된 망을 사용해, 병원이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전산으로 보험사에 전달하는 방식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추진해왔으나, 진도가 더디다. 의료계가 실손보험이 보험사와 가입자 간 사적계약인데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 전송을 법적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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