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를 공개 비판한 보좌진의 글 일부.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국민의힘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당 내홍의 중심에 선 이준석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지난 5일 국회 직원들의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국회 경력 10년차라는 보좌진 A씨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페이지에는 A씨가 국회 직원임을 인증했다는 표시가 돼 있다.
A씨는 글에서 이 대표를 ‘준석이’라고 부르며 “너보다 국회에도 오래 있었고, 사회 생활도 많이 해봤으니 꼰대처럼 한마디만 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한낱 보좌진들도 말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밖에서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을지, 의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 나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지는 않을지 많은 생각들을 한다”며 “여느 회사원들도 비슷할 거다. 나 하나 때문에 조직 구성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대세를 위해서는 내가 희생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고, 더구나 생계도 걸려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게 바로 사회 생활이다. 남자들은 군대에서도 뼈저리게 겪었을 일이기도 한데, 넌 군 생활을 안 해봤구나”라며 “(보좌진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힘내고 있는데 넌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A씨는 “니가 권력쟁탈전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을 때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우리당 소속 보좌진들과 캠프에 많은 인력들, 그리고 각 지역에서 대선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많은 분들은 무슨 생각하고 있을지는 생각해 봤느냐”며 “지금 실무자들 분위기는 좌절과 허탈감에 빠져 무기력하다. 그래도 맡은 일은 다 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우리가 X 같이 일하는 동안 너는 우리 면전에 총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당의 리더라는 사람의 입은 무거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깃털보다 가벼운 현실에 치가 떨릴 지경”이라며 “남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기어올라올 동안 어린나이부터 권력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더니 그냥 X 맞은 것 마냥 취해 있는거냐”고 맹폭을 가했다.
A씨는 “밑바닥 고통을 모르는 니가 무슨 2030청년을 대변하냐. 내 눈에는 자극적인 이슈에 편승해서 편가르기하는 실력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 구성원이 100명인데 99명이 너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 넌 그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니가 떠나야지, 어린 아이처럼 생떼나 부리고 무슨 짓이냐. 원성이 들리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선거의 승패를 떠나서 지금 행동이 정말 혐오스럽다”며 “그냥 좀 떠나줘. 니 가벼운 입에 수많은 보좌진들의 앞으로의 생계를 걸지는 말자. 제발 그냥 가”라고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 측과 갈등을 빚다 지난달 21일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고, 이후에도 줄곧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날 저녁엔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선거에 있어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며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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