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조치조, GOP 철책 구부러진 상태 발견 못해
대대지통실, 자체 상황종료 판단 상부 보고 안해
재입북자 北 미상인원 4명과 접촉 가능성은 낮아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은 5일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탈북민의 월북 및 재입북 현장조사 결과 관할 부대가 초기에 월북이 아닌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탈북민 A씨가 강원도 고성지역 최전방 육군 22사단이 관할하는 철책을 넘어 월북한 가운데 군 당국은 초기에 귀순으로 오판하고 철책 이상 상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일부터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현지에 급파해 실시한 이 같은 내용의 현장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검열단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지난 1일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정상 작동해 경고등과 경고음을 울렸다.
이에 소대장 등 6명의 초동조치조가 해당지역에 도착해 철책 점검에 나섰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철책은 절단(切斷)은 아니지만 절곡(折曲·부러져서 굽어짐)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GOP CCTV 3대가 A씨의 월책상황을 총 5회 포착했지만 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대대지휘통제실장은 매뉴얼과 달리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
결국 GOP 대대장은 이런 절곡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날 오후 9시 17분께야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A씨를 처음 식별했고 신병확보를 위해 작전병력을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문제는 이 때 지형과 A씨의 이동방향 등을 오판해 월북이 아닌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기작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군은 이후 군단과 사단 상황평가를 거쳐 월북 가능성 등 우발상황을 고려한 작전에 나섰지만 이미 A씨와의 접촉이나 차단은 물 건너간 상태였다.
이와 함께 검열단은 당시 북측 지역에서 미상인원 4명이 추가 식별된 것과 관련 A씨와 접촉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군은 2일 0시 43분께 TOD를 통해 서북방향으로 이동하는 북한 측의 미상인원 4명을 포착했는데 불과 4분 뒤 A씨도 동일 지점에서 동북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 측이 사실상 A씨를 마중나온 것이라며 대공혐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감시영상 분석 결과 동일한 지점에서 포착된 시간 간격과 이동방향을 고려할 때 A씨와 미상인원 4명과는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민통초소 관리 중대 상황실은 사건 당일 CCTV를 통해 A씨가 민통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해 경고방송을 실시했으며, A씨는 이를 듣고 인근 마을로 방향을 틀었다가 이후 민통초소를 우회해 GOP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향후 경계태세 점검 및 강화 등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합참은 “6일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으로 현 상황 관련 긴급 작전지휘관회의를 실시해 이번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군단장 책임하에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2월부터 합참 차원에서 경계작전부대 임무수행 실태를 현장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 작전부대 장병들이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수행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