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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오징어 게임’, 어린이가 봐도 괜찮을까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1위로 아직도 상위권이었다. 작품의 인기에 따른 효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같은 우리나라 정서를 담은 놀이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담은 인형이나 의류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긴 했지만 높은 인기와 친근한 마케팅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도 해당 드라마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폭력적인 드라마 속 설정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미국에서는 시청금지령을 내리는 학교가 잇따랐고, 의회도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고 어린이보호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했다. 부산, 인천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관내 초등학교에 ‘특정 매체를 모방한 학교폭력 발생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세상이지만 분명 ‘어린이 관람 불가’인 이유가 있기에 이 같은 염려가 나오는 것이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편집 영상’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오징어 게임’처럼 미성년자 관람 불가 또는 연령 제한이 있는 콘텐츠는 ‘제한’이 붙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놀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 자체가 어린이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놀이 자체가 사람을 죽이거나 놀이에 따라 죽을 수 있다거나 그 목적이 경쟁과 돈이라는 내용을 어린이가 흥미 위주로 쉽게 받아들이면 돈, 생명, 공동체 팀워크 등에 있어 왜곡된 생각을 할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하고 잘 구분할 수 있는 성인들과 달리, 어린이는 어른의 생각보다 더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어린이가 친근하게 생각하는 만화 영상이라고 해도 ‘미성년자 관람 불가’나 ‘12세 이상 관람가’ 등 시청 연령에 맞지 않은 콘텐츠를 제한 없이 본 어린이가 영상에서 표현된 갈등,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후유증을 겪는 사례도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때문에 부모는 시청 연령 제한을 폭력·선정성 측면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령에 맞는 감정, 갈등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적 부분을 고려해 연령 제한에 맞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신경 써야 한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제거한 편집 영상에 대해서도 부모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드라마 속 잔혹한 경쟁과 갈등,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이 자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부모들이 어린 시절 즐겼던 익숙한 게임을 자녀와 함께 즐기더라도 ‘오징어 게임’ 같은 ‘관람 불가’ 콘텐츠 속 갈등, 경쟁, 생명 경시 등을 아이들이 흥미 위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도 꼭 갖기를 바란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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