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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권심판론 힘잃고 후보교체론까지, 위기의 제1야당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총체적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기둥뿌리’처럼 붙들고 있던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어가더니 국정안정론에 역전당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차기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지난 4·7보궐선거 때 탈환했던 서울에서도 여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선의 향방을 가를 스윙보터인 2030세대도 보수적 색채가 짙어지는 윤석열 후보에게 등을 돌리면서 후보교체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돌아가는 민심이 이렇게 싸늘해졌는데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홍의 수렁에 빠져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구명줄’ 같았던 정권심판론이 흔들리는 것은 치명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 등 4사 공동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5%,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0%였다. 후보 지지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39%, 윤 후보 28%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11%포인트 앞질렀다. 두 달 내내 앞서가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KSOI 조사에서도 42.9%대 37.8%로 나타나는 등 최근 다수의 조사에서 윤 후보가 열세다. 심각하게 봐야 할 대목은 후보교체론이다. 한길리서치에 따르면 응답자의 56.6%가 ‘대선후보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35.7%에 그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70.4%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 정부 비판세력과 국민의힘 지지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윤 후보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국면을 벗어나고자 당 소속 의원 66명의 이름으로 이재명 후보의 장남 대학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고 8시간 만에 사과하는 ‘헛발질’까지 했다. 전형·학과 등 기초 사실도 확인 안 한 채 ‘아니면 말고’식 폭로에 나섰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윤 후보도 ‘집토끼’인 보수층 결집에 다급한 나머지 경쟁자인 이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자’, 현 정부와 집권세력을 ‘무식한 3류 바보들’ ‘좌익이념과 북한 주사이론을 배워 민주화 투사처럼 행세하는 자들’이라며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럴수록 MZ세대와 중도층에 비호감도를 높여 외연 확장은커녕 있는 지지율마저 까먹는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제 ‘정권심판’ 깃발만 꽂아도 이길 수 있다는 미망에서 깨어야 할 시간이다.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을 자격이 없다. 남은 두 달여간 어찌 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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