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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해 앞두고…조선후기 ‘호랑이 한국화’ 첫 공개
조선후기 명당이산의 ‘맹호도’ 최초 공개
꼬리 내린 평온한 호랑이, 인자함 눈길
공작석 더한 석채로 정교한 표현
소장인 이영수 화백 “국민과 공유하고파"
조선 후기에 제작된 호랑이 한국화 ‘맹호도(猛虎圖)’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민화의 대가인 이영수 화백이 소장하던 것으로,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작가는 조선 후기 화가인 명당이산(明堂李山)이다. 규격은 130X55㎝. 한국고미술협회는 이 작품을 조선 후기에 그려진 진품으로 감정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유명한 호랑이 그림이 대부분 흑백인 데 비해 이 작품은 색채가 강렬하다. 꼬리를 내리고 쉬면서 어딘가를 응시하는 호랑이 눈빛에서 2022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해본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김상수 기자] 호랑이가 멀리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함,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존재일까. 표정엔 오히려 살짝 미소가 감돈다. 마치 새끼들의 장난 짓을 지켜보는 것 같다. 평온하다.

꼬리도 사뿐히 내렸다. 호랑이는 꼬리로 말한다. 사냥을 나설 때 꼬리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다. 전통 그림 속 호랑이는 통상 용맹과 기개의 상징이다. 이 호랑이는 사뭇 다르다. 용맹함에 앞서 편안함이 다가온다. 사냥과 생존에 치열한 호랑이가 잠시 숨을 고르고 사색에 잠겨 있다.

인자한 미소로 지친 일상을 위로해준다.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을 목전에 둔 지금, 코로나로 턱밑까지 숨이 찬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선 후기 명당이산(明堂李山) 작가의 호랑이 그림 ‘맹호도(猛虎圖)’가 30일 헤럴드경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50여년 자신만의 화풍과 기법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민화의 대가’ 이영수 화백이 보관하고 있던 작품이다. 지난 29일 한국고미술협회의 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은 “지인을 통해 수년 전에 구매한 작품인데, 호랑이해를 맞아 더 많은 국민과 공유하고 싶어 감정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작가인 명당이산은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다만 이 맹호도는 미술계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선 호랑이의 형상이 기존 작품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희소성을 지녔다. 호랑이 그림의 대표 작가로는 단원 김홍도가 꼽힌다. 그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는 단원과 그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함께 그린 그림이다. 호랑이는 김홍도가, 소나무는 강세황이 그렸다. 이 그림의 호랑이는 용맹스러운 기품을 간직하고 있다. 화폭의 정중앙에 호랑이가 배치해 굵고 긴 꼬리를 들어 올려 당당한 기개를 보여준다. 심사정의 호랑이 그림도 꼬리를 세우고 적을 노려보는 용맹함이 담겼다.

명당이산의 맹호도는 호랑이가 편히 쉬고 있다. ‘가장 무서운 호랑이’라고 평가받는 김홍도의 작품과는 정반대 감성이다. 그렇다고 민화 속 자주 등장하는 ‘해학의 호랑이’는 아니다. 실제 살아 있는 것처럼 세밀한 표현으로 호랑이의 평온함을 그려냈다.

여기에 또 하나 특징이 있다. 이 맹호도는 대나무나 호랑이 이빨·털 등에 석채(石彩)를 사용해 생동감을 표현했다. 석채는 보석을 갈아 채색하는 기법으로, 이 작품은 공작석과 민어풀(부레풀, 민어 부레로 만든 접착제), 사슴 가죽, 백반 등을 혼합해 채색했다. 흑백이 아닌 다채로운 색채로 작품을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화백은 “보석을 사용하니 비용이 많이 투입되지만 무엇보다 제작에 인고의 세월을 거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호랑이해를 앞두고 이 화백은 작품을 공개하며 “더 많은 사람과 작품을 공유함으로써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국미술에서 호랑이는 수호신·군자 등을 상징한다.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도 있다. 유례없는 역병이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새 대통령까지 선출해야 하는 2022년. 마침 호랑이해라는 건 우연이 아닌 필연 같다. 용맹하고 무서운 호랑이도 좋겠지만 이 맹호도처럼 지친 국민에게 쉼과 위로를 주며 역병을 물리칠 벽사를 고대한다.

dlcw@heraldcorp.com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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