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장군 동상 흑인 차별 상징 논란 속에 지난 9월 철거돼
1865년에 발행된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의 축축하고 빛 바랜 상태가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장군 동상 아래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이 28일(현지시간) 세상에 공개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간행물에는 링컨의 무덤에서 애도하는 여성의 사진 이미지가 두 페이지에 걸쳐 담겼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장군의 철거된 동상 아래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이 하루 만에 28일(현지시간) 개봉됐다.
1887년에 땅 속에 묻혀 134년 만에 공개된 타임캡슐 속에는 기대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버지니아주 전문가들은 리 장군의 동상 받침대 잔해에서 발견된 타임캡슐에서 책들과 돈, 탄약, 일부 서류 및 기타 물품들을 꺼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주 역사자원국 수석위원인 케이트 리지웨이는 타임캡슐 상자의 치수, 구리 재질은 물론 내용물이 역사적 기록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도서관 기록에 따르면 1887년 이 상자가 묻힐 당시 수십 명의 리치먼드 거주민과 단체 및 기업들이 남부연합 관련 기념품 등 타임캡슐에 담을 약 60개의 물품을 기증했다.
전날 발견 당시 타임캡슐 상자는 축축한 곳에서 팽창해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전문가들은 여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한쪽 면을 잘라내야 했다.
안에는 물을 잔뜩 머금은 책들과 팸플릿, 신문, 남부연합 화폐 봉투, 남부연합군 장군이었던 스톤웰 잭슨 장군의 무덤 위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어진 비밀결사조직 프리메이슨의 상징과 남부연합 깃발이라는 두 개의 인공 조각물이 들어 있었다.
단추, 동전, 남북전쟁 당시 사용됐던 총탄의 일종인 ‘미니볼’도 있었다.
리지웨이는 내용물이 축축했지만 “수프처럼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는 아니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전문가들이 28일(현지시간) 전날 로버트 리 장군 동상 받침대 밑에서 발견된 나무 상자(테이블 위)의 뚜껑을 열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살피고 있다. 1887년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 타임캡슐 안에선 단추, 동전, 서류, 각종 조각품 등 당시 유물 60점이 나왔다. [AP] |
일각에서 기대했던 ‘관 속에 누워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사진’이란 역사적인 희귀성을 가진 물품은 나오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다만 링컨의 무덤에서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1865년에 발행된 하퍼스 위클리의 인쇄된 이미지가 들어 있었다고 AP는 덧붙였다.
버지니아 주도인 리치먼드시는 131년간 자리를 지킨 리 장군의 동상을 지난 9월 철거했다.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하자 인종 차별 반대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했고, 흑인 차별의 상징이던 남부군 관련 조형물이나 상징물을 없애자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철거 당시 허리 부위가 두 조각으로 절단된 리 장군 동상은 주 정부 소유 시설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기사 등 역사 기록에 따라 해당 장소에서 타임캡슐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최근 랠프 노덤 주지사가 제거를 명령한 리 장군 동상의 받침대 밑에서 발견됐다. 타임캡슐 무게는 1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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