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라이프칼럼] 새해엔 모두 부자 되세요

책을 선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책 대신 책값을 선물로 받았으면 벌써 부자 되었겠다”는 농담도 듣는다.

서가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책들을 보면 마치 금고를 가득 채운 돈다발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래서 부자가 못 되는 모양이다.

이사할 때마다 무거운 책 때문에 고생하지만 쉽게 버리지 못한다. 저자의 친필 서명이 담긴 증정본은 더욱 그렇다. 자신의 저서를 증정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 권오형 전 회장님으로부터 ‘부의 인문학’이 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혹시 부자가 되는 비법이 있나 싶어 고시 공부하듯이 정독하였다. 저자가 말하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너무 간단하였다. “책을 많이 읽어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주식이나 부동산 고수들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고민하며 발견한 경제의 근본원리를 앞서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인데 돈은 요상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얼굴은 긴 머리로 가리고 있고 뒤통수는 대머리인데,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순식간에 지나쳐 버린다고 한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올 때 머리채를 확 움켜쥐어야 붙잡을 수 있지, 지나간 다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잡지 못한다는 말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때 TV건 라디오건 틀기만 하면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가 나온 적이 있었다. 새해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덕담 중 하나도 부자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를 해보니 분쟁이나 고통의 대부분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돈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민사나 상사는 물론이고 가사 사건에서도 상속재산이나 이혼하면서 위자료나 재산분할 때문에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다. 형사사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욕망이나 분노가 원인일 때도 있지만, 많은 범죄가 돈 때문에 발생한다. 형법상 각종 죄 가운데 가장 이론이 복잡하게 발전한 분야가 사기, 횡령과 같은 재물에 관한 죄이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죄보다도 훨씬 복잡할 정도이다.

경제가 이처럼 중요하건만 아직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후보와 가족을 둘러싸고 ‘막장 드라마’ 같은 윤리의 시간에 머물러 있지만, 결국 국민 정서에 맞는 경제 정책이 정권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잘 따르는 촌장에게 이유를 묻자 “뭘 좀 맥이는 거지”라고 명쾌하게 답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명대사처럼, 정치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국민을 잘살게 만드는 것이다. 새해에는 그런 비전을 실현하는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의 국민이 되고 싶다. 꿈은 이루어지라고 꾸는 것이니 조금 더 욕심내면 경제뿐만 아니라 마음도 부자인 국민들과 이웃으로 살고 싶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한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전후의 파격적인 세일기간이란 의미로 변질되었지만, 본래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부자나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선물이 담긴 상자를 나누어 주는 날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일 테니 새해에는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다만,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이고 싶다. “새해에는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진짜 부자 되세요”.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dingd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