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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종차별 투쟁의 상징’ 투투 대주교에 애도의 물결
지구촌 지도자들 ‘추모 메시지’
만델라와 함께 흑인자유 외쳐
1984년엔 노벨평화상 수상
바이든 “국경·세대 초월한 유산”
英여왕 “따뜻함·유머 모두 기억”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세인트 조지스 성당 외벽에 26일(현지시간)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 초상화 사진이 걸려있고 그 옆으로 시민들의 헌화가 꽂혀 있다. [AP]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에 맞선 투쟁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그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와 흑인 자유를 위해 싸운 양대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뒤 보복의 정치 보다 진실 규명을 전제로 한 용서와 화합을 주창하고, 이후에도 평생 부정부패와 성소수자 혐오 등 차별 철폐를 위해 헌신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투투 대주교의 선종을 알리고 “그가 교계는 물론, 비종교적 분야까지 포괄하는 보편적인 인권 옹호자였으며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투철한 애국자였다”고 애도했다. 대통령은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성경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적 지도자”라고 기억했다.

투투 대주교는 반(反)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넬슨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조국에 ‘무지개 국가’(Rainbow Nation)이란 별칭을 붙였다.

그는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구호를 앞세워 진실과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인종 간 화해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파르헤이트 종식을 주도한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정실 인사와 순혈주의를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교계의 동성애 혐오에 맞섰고, 부패가 심했던 흑인 대통령 제이콥 주마 정부(2009∼2018)와 대립했다. 대통령실은 “인권 유린에 대한 보편적인 분노를 표현했으며, 공동체 정신, 화해, 용서의 깊은 의미를 감동적으로 보여준 삶을 살았다”고 추모했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투투 대주교는 특별한 사람이고, 사상가이자 목자이자 지도자”라며 추모했다. 이어 “남아공과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그의 삶은 축복이었다”고 했다.

각국 지도자들은 애도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난과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태어난 그는 더 낫고,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영적인 소명을 따랐다”며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인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 ‘도덕의 잣대’였다”고 애도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은 그와의 만남, 그의 위대한 따뜻함과 유머를 사랑스럽게 기억한다면서 “투투 대주교의 타계에 대해 남아프리카 사람들과 영국, 북아일랜드, 영연방 전역의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고 있다”고 추모했다.

투투 대주교는 1931년 10월 7일 요하네스버그 서쪽 작은 마을 클레르크스도르프에서 태어났다. 교사의 길을 가던 중 흑인 아이들에게 열악했던 당시 교육 환경에 분노해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960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86년에 케이프타운의 첫 흑인 대주교에 임명됐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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