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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vs 서방 ‘치킨게임’…우크라 사태 놓고 “네 책임, 네가 먼저 물러서라”
푸틴 “안전 보장은 러시아 아닌 서방 몫…나토 東進 용납 못해”
美 “러시아 위협 계속 시 동맹국과 경제 제재…더 큰 나토 군사력 볼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마네슈 전시홀’에서 약 4시간께 진행된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유럽 등 서방국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와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의 대(對) 유럽 가스 공급 중단 등의 갈등 고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상대방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마네슈 전시홀’에서 4시간 가량 진행된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당신들(서방)은 내게 어떤 보장을 요구하지만, 늦지 않게 바로 지금 우리(러시아)에게 안보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신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하고, 그곳에 나토 무기가 배치될 것”이라며 “국경으로 다가와 위협하는 측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서방국”이라고 했다.

▶“나토 東進 용납 못해…유럽 가스亂은 스스로 자초”=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이 서방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동진(東進)과 러시아 인접국 내 무기 배치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미·러 안보 보장 조약’과 ‘나토·러 안보 보장 조치 협정’에 서방이 서명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미·러, 나토·러 간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의 (군사적) 행동은 협상 과정이 아니라 러시아 안보에 대한 무조건적 보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라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親) 러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을 근거로 들었다.

나토 동진 금지에 대한 법적 약속 등 본인들이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행동도 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도리어 독일로 가는 일부 러시아산(産) 가스가 우크라이나로 재판매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유럽이 자체적으로 가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마네슈 전시홀’에서 약 4시간께 진행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재 연례 기자회견에서 세계 각국 언론사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잡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EPA]

이날 러시아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나흘째 중단했다.

▶“공격자 러시아, 물러서지 않으면 군사·경제적 압박 직면할 것”=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초 협상에서 러시아가 미국과 관계 진전을 원한다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처를 러시아가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현재 진행 중인 일을 계속한다면 미국과 동맹은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희망과 반대로 더 가까운 곳에서 나토의 더 큰 (군사적) 능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같은 날 독일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나토는 확장하지 않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며 “헬싱키 최종합의서나 파리헌장 등 1970~1990년대 수많은 조약을 통해 각국이 스스로 갈 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도 동의한 유럽 안보의 기본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과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같은 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진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이어 “우크라이나 국경에 탱크 등 무장 병력 증강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가 공격자란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러시아가 원한다면 올해 크리스마스도 평화로운 휴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과 러시아 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내년 1월로 예정된 협상 시점까지 군사적 긴장 고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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