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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조원’ 금괴 31t 주인은?...英법원, 과이도 손들다
“英정부 과이도 임시대통령 인정”
대법, 정부 ‘한 목소리 원칙’ 수용
블룸버그 “베네수 법원, 과이도
대통령 불인정땐 효력없어” 지적

영국 중앙은행(BOE)에 보관돼 있는 10억달러(약 1조1925억원)어치의 베네수엘라 금괴 31t에 대한 관할권은 이 나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이 주장할 수 있다는 취지의 영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정권은 반발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베네수엘라 금괴에 대한 접근 권한과 관련해 과이도·마두로 측이 낸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깨고 과이도 전 의장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는 영국 정부의 견해를 이날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영국 헌법에 따르면 외국, 정부, 국가 원수의 승인은 행정부의 문제”라며 “한 개인이 국가원수로 간주돼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법원은 행정부가 내놓은 성명을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한 목소리 원칙(one voice principle)’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급심은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과이도 전 의장을 인정하는 영국 정부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마두로 현 대통령에게 금괴 관할권이 있다고 봤는데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금괴를 궁극적으로 누가 통제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선 베네수엘라 법원의 판단도 고려할지 여부를 영국 법원이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종 결정은 하급심에 맡긴 것이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 법원의 판결이 과이도 전 의장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그건 영국 정부의 견해와 충돌하기 때문에 영국 법원에서 인정되거나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임명한 베네수엘라 중앙은행(BCV)의 이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해 BOE에 보관돼 있는 금괴를 써야 한다고 했고, 과이도 측이 세운 BCV 이사들은 반대했다.

마두로 대통령 측이 금괴를 부채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의심하면서다. 미국·영국 등은 과이도 전 의장을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의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이어서 BOE는 금괴를 마두로 정권에 내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BOE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진행됐다.

마두로 대통령 측은 이번 판결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측의 사로시 자이왈라 변호사는 “주권 자산의 안전한 저장소로서 영국에 잠재적으로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금괴 관할권을 갖게 되면 당분간 보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금융 자산 확보차원에서다.

과도정부 측의 제인 웨셀 변호사는 “마두로 정권이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법원의 결정은 법치를 존중하는 독립적인 사법부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 법원의 인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를 고대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과이도 전 의장에 대한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마두로 대통령이 권력을 계속 장악하고 있고, 여당이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론조사 업체 데이터날리시스의 루이스 빈센테 레온 대표는 “과이도 전 의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이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면서 “과도정부의 지속가능성을 동맹국이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과도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건 몇 가지 밖에 안되고, 해외에 있는 베네수엘라 자원도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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