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시가격 충격 완충장치” 이재명과 민주당, 시장은 ‘반신반의’
양도세 중과 유예이어 공시가격도 재조정 나서
“말 바꾼다” 비판에도 부동산 문제 해결 절박한 정치적 상황
현 정부와 청와대는 침묵 또는 명확한 반대로 불만
전문가들도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구심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시적인 완충장치 만들기에 나서면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많게는 68가지가 넘는 조세 및 각종 사회복지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종부세 및 재산세, 양도세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움직이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선회가 현실화 될 경우, 뉴욕과 도쿄보다도 비싸진 서울과 대한민국 주택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협의가 열린가운데 송영길 당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등 참석자들이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20일 민주당은 정부 관계자들을 여의도로 불러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를 진행했다. 오는 2035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현 정부의 정책을 보완, 수정하기 위한 자리다.

당장 오는 23일 정부는 내년도 표준 단독주택 23만여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 예정가 열람을 시작한다. 문제는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제 집값 상승률 이상 오르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국 2.50%, 서울이 4.17%를 기록한 단독주택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국 6.68%, 서울 10.13%로 2배 이상 크게 나타났던 지난해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3분기 세계 최고를 기록한 주택가격 상승률에 정부의 현실화율 상향 조치까지 맞물리면,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이로 인한 각종 세금, 준조세 급증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불보듯 뻔한 현실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로드맵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에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이번에 공개될 내년 단독주택 현실화율 목표치도 58.1%로, 올해 현실화율 55.8% 대비 평균 2.3%포인트 상향된다. 특히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현실화율은 정부가 90% 도달 목표 기간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절박한 민주당은 불과 1년전 스스로 만든 원칙을 반성 없이 허문다는 비판까지 감수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예정대로 올리되 재산세 등 세금은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 제도별로 완충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각 가정으로 배달을 준비 중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연합]

이 후보는 최근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민생 경제를 고려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시가격 제도 조정에 불시를 당겼다. 2년 전 “현행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폭적인 인상을 주장했던 스스로의 말을 뒤바꾼 셈이다.

응답자의 단 6%만이 ‘긍정 평가’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한국갤럽 10월 여론조사)의 수정 없이는 대선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만든 결과다.

당장 야당은 거세게 비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문(文)과 차별화하겠다고 골문 앞 강슛, 자살골 날리는 이재명 후보 모르고 날린 슛이냐, 국민이 모를 거라 믿고 알고도 날릴 야바위 슛이냐”, 김은혜 의원도 “철학도 소신도 '인형뽑기'처럼 그때그때 고른다”고 비난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180석의 힘으로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을 선거를 앞두고 반성 없이 또 바꾸는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이 후보는 이번 공시가격 재조정 및 양도세 한시적 완화 등 유화책을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국토보유세 도입 및 지대개혁 등을 약속하는 등 상반된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도 이 같은 양면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시가격 조정은 거래가 끊긴 현 부동산 시장에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라는 눈치보기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대선 결과에 따라 공급과 세금, 대출 등의 정책 변화가 가시화된다면 시장 흐름도 완전히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을 예상했다.

집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이 후보와 민주당의 정책 변화 움직임을 주목하면서 시점을 대선 이후, 또는 법과 제도 개정 이후로 최대한 늦출 것이고, 사려는 사람 역시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에만 관심을 보일 뿐 전반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와중 강남 등의 ‘똘똘한 한 채’의 신고가 행진만 계속되는 초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변수가 생기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대선 이후로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눈치 보기가 심화하면서 거래가 얼어붙은 시장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부동산 정책에 실권을 지닌 정부와 청와대의 엇박자도 이 같은 시장 불안을 부채질한다. 실제 여당인 민주당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근 이 후보의 정책 반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공시가격 재조정 당정협의 직전까지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푸른 선이 긍정 답변 [한국갤럽]

앞서 이 후보의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공약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주택시장 상황이 민감한 전환점에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신중해야 하고, 시장 안정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시지가, 시장공정가격, 부동산 가격, 세율인상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조세 폭탄을 맞았기 때문에 (이 후보의 정책 선회가)올바른 방향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회에서 통과를 해야하는데 어렵다.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박한 점수를 매겼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