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주간통계서 역대 최대폭 하락
고점 피로감·입주물량 부담 더해져
10월 5년여만에 미분양물량도 나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세종시 아파트값이 월간·주간 기준으로 모두 역대 최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지역에 오를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뜨거웠으나, 집값 급등 피로감과 입주물량 부담, 매물 적체 등으로 시장이 급속 냉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의 아파트값은 0.82% 내려, 2012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5월까지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6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누적 상승률은 1.35%에 머물렀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간 통계에서도 역대 최대 낙폭 기록이 나왔다. 이번 주(13일 기준) 세종 아파트값은 0.47% 하락,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12월 첫 주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주 7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0.33%)을 기록했던 데서 더 떨어진 것이다. 하락세는 7월 셋째 주부터 21주 연속 이어졌다.
세종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44.93% 뛰며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국회 이전 움직임과 행정수도 이전론으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과 입주물량 증가, 매물 적체 등의 영향으로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올해 입주물량이 7600여가구로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이 세종시 아파트값 하락 요인”이라고 봤다.
정부가 지난 8월 말 2·4대책의 후속 조치로 연기면에 6000가구, 조치원읍에 70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웠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시장에 매물은 계속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세종 아파트 매물은 4564건으로 6개월 전(3906건)보다 16.8% 늘었다.
일시적 2주택자나 높은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 등이 호가를 대폭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최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세종시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애매하게 호가를 내린 매물은 아예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낮게 거래된 사례도 흔해졌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84㎡(이하 전용면적) 이달 13일 8억원에 팔렸는데, 2개월 전 거래가와 비교해 1억7500만원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종촌동 가재마을7단지 84㎡는 최고가(1월·8억4000만원) 대비 1억5200만원 떨어진 6억8800만원에 손바뀜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5년 6개월 만에 미분양 주택이 나오면서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나타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세종 미분양 주택은 129가구로 조사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입주물량이 적정 수요를 넘어선 세종의 조정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