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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기자·시민단체 통신조회...범죄혐의 특정 안해 ‘사찰’ 지적도
김경율 회계사·법조기자 등 대상
법조계 “언론·민간인 감시”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 참여연대 활동가였던 김경율 회계사의 통신자료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법조 기자들 상당수와 민변 변호사도 통신자료 조회를 한 점이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저인망식 정보 수집’은 민간인 사찰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김 회계사 외에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와 공수처에 불리한 기사를 쓴 법조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다면 무단 조회일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김 회계사와 법조팀 기자들의 휴대전화 통신자료 조회와 관련해서도 ‘고위공직자는 아니지만, 사건 관계인인 고위공직자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한 것’이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도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경우가 있지만, 범죄 혐의에 관련된 내용에 한하는 경우에 그친다. 특히 사회 활동가나 언론사 기자의 경우엔 한정적으로 조회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공직자의 직무 범위 수사는 공직자 주변 사람과의 관계 문제일 텐데, 기자나 시민단체 등과 무슨 직무 범위가 관련이 되겠나”라며 “사적인 부분까지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현재 판사와 관련된 공개 정보를 수집한 것을 ‘사찰’로 규정하고 입건해 수사 중이기도 하다. 이에 이러한 공수처의 입장과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피의자와 관련성이 있으면 법이 허용하니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저인망식으로 언론이나 김 회계사와 같이 반정부적 견해를 자주 밝히는 분들의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는 것은 광범위한 언론 사찰, 민간인 사찰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은 세평 그리고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만든 것이지만, 공수처의 언론 사찰, 민간인 사찰의 정도는 현재 수사하고 있는 판사사찰보다 훨씬 더 악성이고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전주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수사를 이유로 민간인과 언론사 기자까지 사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사찰이자, 수사권 남용”이라며 “당사자조차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수처의 통신 조회 사례가 얼마나 있을지 짐작하면 황당하고도 섬뜩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인뿐 아니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를 한 심각한 사안에 대해 수사 상황이라는 어설픈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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