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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신고 했는데…” 또 못 막은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10일 송파서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 피습당해
나흘 전 감금 신고·성폭행 피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 “성폭행 신고 때 제대로 수사했는지 확인 필요”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모씨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김영철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이 피살 당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20대 여성 A씨가 피의자 이모(26)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씨의 범행이 있기 4일 전인 지난 6일 A씨 아버지는 “딸이 감금당해 있는 것 같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 주거지 관할이었던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와 공조해 같은 날 저녁 대구에 있는 이씨와 A씨를 찾았다. A씨는 같은 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임의동행에 임하며 휴대폰을 임의제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당시 상황이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이씨를 귀가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사건 발생 전 성폭행 신고가 들어왔을 당시 제대로 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거·연인·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는데 경찰이 해바라기센터 등 보호단체 등과 연계해 원치 않은 성관계가 있었는지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서까지 온 이씨가 휴대폰 등을 적극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면 경찰 입장에서 긴급체포할 법적 요건이 불충분해 어려웠을 수 있다”면서도 “성범죄 사건은 수사 규칙상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 신고자, 주변인 등이 모두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피해자·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가족에 대한 보호조치가 왜 안 됐는지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승 위원은 해당 사건을 스토킹범죄의 관점에서만 바라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말했다. “A씨가 감금 등을 동반한 성폭행을 당했다면 스토킹범죄와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정말 죄질이 나쁜 범죄다. 이걸 스토킹범죄라고만 말한다면 범죄의 심각성을 낮추는,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2시26분께 이씨는 A씨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자택에 찾아가 A씨의 어머니와 동생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옆 건물 빈집으로 달아났다 A씨 아버지의 신고로 체포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어머니는 사망했고 동생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상태다.

사흘 전인 지난 7일 A씨는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방문해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A씨를 112 긴급 신변보호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 워치 지급 등 관련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씨는 3일 뒤인 지난 10일, 사전에 흉기 등을 준비해 A씨 자택으로 찾아가 가족들을 습격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9시께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2일 오후 6시께 이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hope@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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